정치

장동혁 대표 ‘최장수’ 기록…보수는 무엇을 잃고 있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6. 10. 2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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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올림픽공원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jtbc 캡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0월 26일로 재임 426일째를 맞았습니다. 2020년 국민의힘 출범 이후 최장수 당대표 기록입니다. 종전 기록은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의 424일이었습니다. 그동안 김기현 한동훈 대표 등이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줄줄이 중도 하차했던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처럼 안정된 지도체제가 들어선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록이 만들어진 과정을 들여다보면 축하보다는 우려를 앞세워야 할 이유가 더 많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이 불러온 후폭풍과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 분출한 사퇴 요구를 자신의 정치적 역량으로 돌파했다기보다는 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침대 정치’ 끝에 얻어낸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권파들은 “장 대표가 마땅한 대안도 없이 무조건 쫓아내기에만 급급한 일부 ‘해당파’들에게 휘둘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보수정당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지켜낸 성과가 있다”라고 강변합니다(장동혁 대표 체제 전 당직자). 사실 정당 지도자의 장기 재임이 그 자체로 비판받을 일은 아닙니다.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당원과 국민의 신임을 얻어 오래 자리를 지켰다면 임기의 지속은 오히려 정당의 자산이 됩니다.

문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과 노선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직을 지켜냈다는 사실만으로 무책임한 리더십까지 정당화하는 견강부회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들은 그간의 무능력한 리더십은 쏙 빼놓고 ‘이렇게 잘 견디며 왔다’며 자만심에 빠져 있습니다.

대표직을 지켜냈다는 사실이 곧 당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로 둔갑하고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책임마저 희미해진다면 다음 지도부 역시 성과를 내기보다 여론에 눈과 귀 닫고 무조건 버티는 길을 택하게 될 것입니다. 장 대표의 최장수 기록이 남길 더 큰 문제는 바로 이런 선례에 있습니다.

당내에서 거센 퇴진 요구가 나와도 물러서지 않고 강성 지지층의 지지만 붙들고 있으면 대표직을 지킬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생긴다면 어떤 차기 주자들이 서로 경쟁하며 정치적 역량을 스스로 키우려 할까요.

실력이 아니라 버티는 힘으로 결정되는 보수의 리더십

 

장 대표의 최장기 임기는, 일단 대표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그 뒤로는 실력이 아니라 버티는 힘으로 임기가 결정되는 구조가 굳어지는 것이 당연시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는 보수가 그동안 입버릇처럼 말해 온 혁신이나 쇄신과는 정반대 방향입니다.

돌이켜 보면 보수 정당은 진보 진영에 비해 파격적인 인물을 당의 전면에 세우는 데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진보 진영이 상대적으로 운동권 경력이나 엘리트 코스, 주류 인사들과의 인연과 학연 같은 이력을 중시하며 차근차근 검증된 인물을 키워 올리는 경향이 있었다면 보수 진영은 그런 조건을 애초에 고려 대상으로 삼지 않고 오로지 권력을 다시 잡을 수 있느냐는 기준 하나에 모든 것을 건 적도 있습니다.

2021년 국회의원 경력이 한 번도 없던 30대의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보수의 개방적인 풍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면 나이도, 선수(選數)도, 계파의 족보도 따지지 않고 새 인물에게 당의 중심을 내주는 과감함이야말로 보수가 위기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동력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국민의힘에서는 승리를 위해 기존 질서까지 허물던 그 강렬한 권력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권력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던 정당이, 이제는 강성 지지층의 정서에 충실하며 대여 공세의 수위만 끌어올리면 대표 임기가 저절로 늘어나는 구조에 안주하고 있고 장 대표의 최장수 기록은 그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장 대표 측은 물론 이와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습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재임 기간보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중요하다면서 보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싸울 수 있는 정당을 만든 1년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지지율 회복도 근거로 듭니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에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평가, 국정감사 같은 개별 국면이 함께 작용합니다. 상대 정당에 대한 실망에서 얻은 반사이익인지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가 새로운 비전과 정책으로 얻어낸 지지인지는 구분해서 따져야 합니다.

전국 당협위원장 직선제는 의원들 반발에 한발 물러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장 대표를 향한 불만은 해소된 것이 아니라 대여 투쟁에 가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1년여 동안 장 대표가 주도한 정치적 시도의 성적표는 초라한 편입니다.

지난 1월에는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을 함께 다룰 특검을 요구하며 8일 동안 단식했지만 특검 출범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주목받은 쪽은 당대표가 아니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었습니다.

당 쇄신은 뒷전이고 대여 투쟁에서도 한동훈 의원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장 대표는 자신의 연임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8월 당 조직 개편 카드로 꺼내 든 전국 당협위원장 직선제는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일부 시행으로 물러섰습니다. 바깥에서 뭐라고 떠들던 당 조직만 정비하고 대표 충성파만 줄 세우면 끝이라는 생각입니다.

국민의 기억에 뚜렷이 각인된 장 대표의 대표적인 행보는 ‘올공’이었습니다. 지방선거 이후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참정권 침해 항의 집회를 거의 매일 찾은 것을 두고 당내에서조차 중앙 정치는 내버려 둔 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지난 24일 그 집회 현장에서 자신을 올공 시민들이 만들어 준 당대표라고 표현하기까지 했습니다. 제1야당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어디에 있다고 여기는지를 스스로 드러낸 장면입니다.

강성 이진숙, 김태규 때문에 내가 중도처럼 보인다


강성 지지층에 기댄 리더십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스스로의 취약성을 품고 있습니다. 6·3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온 이진숙, 김태규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이며 강성 지지층의 관심을 끌어모으자 장 대표가 사석에서 두 사람 때문에 자신이 중도처럼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은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지금 국민의힘의 당내 경쟁은 누가 더 넓은 유권자를 끌어안느냐, 누가 더 여론의 호소에 반응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강하게 싸우느냐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런 구도에서는 더 강경한 인물이 나타날수록 지도부도 목소리를 높여야 자리를 지킬 수 있고 외연 확장을 말하는 정치인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장 대표 측은 당원이 뽑은 대표가 임기를 채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당원의 선택은 대표직의 출발 근거일 뿐 이후의 성과와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무죄 이후 당 밖의 한동훈·이준석 의원과의 연대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이 당의 노선을 놓고 실제로 겨룰 공간이 없다면 그 역량은 당의 자산으로 쌓이지 못하고 당 밖을 맴도는 개인기에 그칠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그동안 우리가 보아 온 보수 정당의 대표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과거의 보수 정당 대표들은 선거에서 지거나 당내 신임을 잃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다음 주자에게 길을 열어 주었고 그런 나름대로의 헌신과 희생이 거칠게나마 보수의 경쟁과 쇄신을 떠받쳐 왔습니다.

그러나 장 대표에게서는 그런 책임의 정치 대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엘리트주의자의 독단과 자기 나르시시즘만이 보입니다. 426일이라는 숫자가 증명한 것이 당을 이끄는 리더십이 아니라 반발을 견디는 ‘맷집의 강도’였다면 보수는 그 대가로 새로운 인물을 길러 낼 토양과 낯선 목소리를 받아들이던 유연함을 함께 잃게 됩니다. 시간만 허비하며 자리를 지키는 ‘세금 루팡’ 장동혁 대표. 그런 무능한 리더의 책상은 국민의 힘으로 빼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 글은 2026년 10월 26일자 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코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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