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는 내가 할게”…임광현 비서실장 발탁에 드러난 이재명의 ‘복심’

성기노피처링대표 2026. 10. 1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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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임광현 국세청장이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돼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MBC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을 임명했습니다. 강훈식 전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 이후 3주 넘게 이어진 인선 진통이 마침내 끝난 것입니다.

이번 인선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친명계 핵심 인사는 물론 친문계 인사들까지 폭넓게 하마평에 올랐습니다. 여권 내부 갈등을 조정하고 지지율 하락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량감과 통합, 정무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임광현이었습니다. 22대 비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정치 경력보다는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입니다.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는 정무형 비서실장보다는 대통령의 국정 구상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실무형 비서실장에 가깝습니다.

이 대통령은 왜 일반적 예상을 깨고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먼저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의 행정력에 신뢰를 보낸 측면이 있습니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친 이 대통령은 공무원의 성과와 실적을 중시합니다.

좋은 행정 퍼포먼스를 보이면 파격 발탁도 합니다. 이 대통령이 임광현 실장을 선택한 배경에는 국세청장 재임 시절 직접 확인한 행정적 성과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임 신임 실장은 국세청장 재임 중 고액체납자 추적과 해외 은닉재산 환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국세청은 지난 6월 최근 1년간 체납액 3조1000억원을 징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개청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지난 8월에는 체납관리단 운영에 190억원을 투입해 630억원 이상의 체납세금을 즉시 추징했다는 실적도 공개했습니다.

국세청장 재임하며 최대규모 체납액 징수 기록 성과


고액체납자 추징은 이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추징 공무원을 파격적으로 뽑아서 세금을 더 거두게 되면 추가 채용된 공무원 월급 주고도 남는다는 논리로 임 실장을 닦달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성과를 국무회의에서 직접 점검해왔습니다. 지난 4월에는 해외 은닉재산 환수 실적을 공개적으로 칭찬했고 8월에는 체납관리단의 투입 예산과 추징 실적을 확인한 뒤 인력 확대를 주문했습니다. 반면 지난 1월에는 국세외수입 체납 징수 문제와 관련해 입법만 기다리지 말고 행정적으로 가능한 대책을 찾으라며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국정철학을 이해하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관료의 업무 능력을 여러 차례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임광현 인선이 단순한 친명계 인사 기용을 넘어 이 대통령이 중시하는 성과 중심의 행정 운영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임광현 실장은 전임 강훈식에 비하면 인물 지명도나 위상 면에서 한참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그를 임명한 것은 정치와 행정을 엄정하게 분리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갈등과 개혁의 주도권은 대통령 자신이 직접 행사하고 임 실장은 부처별 성과 점검과 조정 등의 행정실무를 총괄하는 식으로 업무분담을 하는 것입니다.

강훈식 전 실장이 정치권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무형 참모였다면 임 실장은 관료조직의 작동 원리와 행정 시스템에 밝은 인물입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이 풍부한 정무감각과 행정능력을 겸비했으며 당정청 협력을 강화할 적임자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경력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정치적 중재 능력보다 행정조직 관리 능력입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앞으로 비서실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졌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각 부처의 정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며 대통령의 지시가 행정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는지 관리하는 역할입니다. 쉽게 말해 정치적 판단은 대통령이 직접 내리고 비서실장은 이를 행정적으로 구현하는 구조입니다.

행정은 관료출신 비서실장이, 정치는 이 대통령이 직접?


그렇다면 여권 내부의 복잡한 정치적 갈등은 누가 조정할까요. 답은 이 대통령 자신일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권 강경파를 향해 연일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비서실장이나 당 지도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중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대통령이 직접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는 모습입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이 대통령의 SNS 정치를 대통령의 새로운 대국민 소통 방식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에 대한 위험성 또한 큽니다.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나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 관리 요인입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행정의 달인을 비서실장에 앉힌 것은 자신이 정치에 더 집중하려는 뜻이 내포되었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여권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대한 이 대통령 나름의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친명계 정치인들과 유튜버, 장외 여론 주도층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최근의 검찰 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화력’은 이 대통령이 생각한 만큼 크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SNS 판에 뛰어든 것도 ‘주변’에 맡겨 놓으니 자신의 뜻대로 여론이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고 결집력도 떨어진다고 본 것입니다. 여기에는 친청.친문계가 김어준 유시민 등의 막강한 화력을 가진 ‘여론 플랫폼’이 존재하는 데 반해 친명계는 그런 막강한 전력이 없다고 보고 이 대통령이 앞으로 직접 전투에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강경파와의 갈등이 커질수록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정치적 대리인만으로는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임광현 인선은 단순히 비서실장 한 사람을 바꾼 문제가 아닙니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역할을 재설정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정치는 내가 할 테니 당신은 행정을 챙겨라.’

찐명계 임명으로 앞으로도 강경파와의 타협은 없다는 선언일 수도


이번 인선에 담긴 이 대통령의 의중을 압축하면 이런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것이 강경파와의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하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친문계는커녕 완전히 찐명계를 임명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강경파와의 타협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일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서 ‘통합과 협치’를 주문했지만 이 대통령이 거부를 한 모양새가 됐고 지지율 하락도 감수할 테니 ‘이재명식 개혁의 길’을 갈 것을 분명히 한 셈입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친문계를 비롯한 여권 내 다양한 세력과의 통합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친정체제 강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인선은 이 대통령의 권력 장악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제 취임 1년 4개월여 됐으니 당연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대통령 지지율이 급전직하 하는 비상한 상황이라면 이 대통령 인사권도 주변 요소들을 감안해 그립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인사를 총괄하는 그룹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책임론에 의해 영향력이 감소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기존 인사 주도 그룹이 이번 인선을 주도했기 때문에 임광현이라는 찐명계가 국정 2인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지율 관리보다 이 대통령 친정체제와 권력 강화에 더 방점을 찍은 것입니다.

임광현 인선 결과만 놓고 보면 그동안 실세로 불려온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의 기존 핵심 참모진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이 선택됐다는 해석은 가능합니다. 특히 정치적 중량감을 갖춘 외부 인사가 비서실장으로 들어올 경우 기존 참모진과의 권한 조정이나 역할 재편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반면 행정형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면서 기존 참모 체계와 협업하는 데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선은 청와대 권력구조의 대대적인 개편보다는 기존 친정체제를 유지하면서 행정적 집행력을 보강하는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서실장 ‘눈치’ 안 보고 더 전투적인 정국 운영?


비서실장 인선이 늦어진 구체적인 이유와 최종 결정 과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내부 반대를 누르고 자신의 뜻을 관철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는 이 대통령이 정치권의 다양한 요구와 하마평에 반드시 구속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치적 통합 요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인물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인사 주도권이 여전히 대통령에게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임광현 비서실장이 부처 간 정책 조정과 국정과제 집행에 집중하고 이 대통령이 직접 정치적 갈등을 관리하는 방식은 국정 운영의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의중이 신속하게 행정조직에 전달되고 정책 집행의 책임 소재도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통령이 정치적 논쟁의 최전선에 계속 서게 되면 갈등을 완충할 공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비서실장이 정치적 조정자보다 행정적 집행자에 가까워질수록 대통령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기능이 약해질 우려도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비서실장이 ‘심기경호’만 할 경우 청와대의 정무 대처 능력은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청와대 레드팀의 역할을 비서실장이 해야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정무 시스템이겠지만 관료 출신 임광현 실장이 그 기능에 최적화되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임광현의 발탁은 이 대통령이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자신이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 대통령의 머릿속에 향후 정국 구도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도 이미 들어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 상실을 이유로 차출을 고사하는 등 인물난도 있었겠지만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더 전투적인 정국 운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조용한’ 임광현의 발탁은 ‘요란한’ 정국을 미리보기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14일자 투데이신문 '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코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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