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은 왜 SNS에 매달리나…‘외로운 대통령’의 소통법

성기노피처링대표 2026. 10. 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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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5차 발사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의 SNS 이용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일단 사용량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일보 집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엑스 게시글은 6월 78건, 7월 81건에서 8월 36건으로 크게 줄었다가 9월 114건으로 폭증했습니다. 다른 언론의 집계에서는 116건이었습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두 건 정도 차이가 있지만 한 달 사이 3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은 같습니다. 10월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3~5일 개천절 연휴 사흘 동안에만 18건, 하루 평균 6건의 글을 올렸습니다.

대통령의 SNS가 이제 청와대 대변인실보다 더 빠른 ‘직통 국정 브리핑’이 돼가고 있는 셈입니다. 정책 홍보뿐 아니라 검찰개혁과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사, 부동산, 민주당 내부 갈등 등 초민감 이슈까지 이 대통령은 거리낌 없이 업로드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는 일반 이용자의 글을 인용해 반박하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SNS에 집착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의식이나 자기 연민의 발로인 것 같다. 아니면 뭔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성한용)는 의견이 있습니다. 아니면 ‘참모 관료 지지층 등에게 느끼는 야속함, 섭섭함, 언짢음’(이충재)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SNS ‘과잉’ 사용이 다분히 복잡한 감정계의 표출이라고 분석합니다. 주변에 얘기해도 잘 듣지도 않고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 보일 수도 없는데 개혁 부진이라는 등 공격만 해대니 그 답답한 속을 SNS에서라도 풀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SNS 집착, 야속함 섭섭함 언짢음...피해의식과 자기연민의 발로?

 

사실 이 대통령이 왜 SNS를 하는지 그 이유를 따져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국정 최고 지도자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정치철학과 소신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소통 방식’이 대통령의 권력 행사 방식과 관련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역대 대통령에게도 저마다의 소통 방식이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가장 닮은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지금처럼 SNS가 일상화되기 전이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끊임없이 국민과 직접 만나고 말하려 했습니다. 취임 첫해 기자회견만 11차례 열었고 ‘검사와의 대화’처럼 위험 부담이 큰 즉석 토론에도 직접 나섰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과 대화한다고 해서 마주 앉았는데 한 참석자 질문에 당황해하며 ‘이쯤 되면 막가는 거지요’라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사전 조율’ 되지 않는 직접 소통 방식은 많은 후유증과 뒷말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2006년에는 네티즌들과 두 시간 동안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벌였고 청와대가 주요 포털에 대통령 블로그를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노무현에게 인터넷은 기존 언론이라는 중간 매개체를 건너뛰어 국민에게 직접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수 있는 통로였습니다. 이 점에서 노무현과 이재명은 상당히 닮았습니다. 다른 점은 노무현은 참모들이 많았음에도 국민과 직접 소통을 ‘선택’했다는 점이고 이재명은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금 애매합니다. 딱히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몰두한 대통령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은둔형’도 아니었습니다. 굳이 따지면 노무현보다는 문재인 쪽에 가까운, 일정하게 기획되고 관리된 소통을 선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내뱉는 스타일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닮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의 소통방식은

 

이 전 대통령은 2008년부터 격주로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시작해 임기 중 100회까지 이어갔습니다. 루스벨트의 ‘노변담화’를 벤치마킹해 금융위기와 주요 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대통령에게 즉석에서 질문하고 대통령이 다시 답하는 지금의 SNS식 쌍방향 소통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가까웠고 돌발적인 문답은 거의 없었습니다. 화끈한 직접 소통이라기보다 ‘딱 이 정도까지만’ 정도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반대였습니다. 딱히 자신만의 소통 방식이 없었습니다. 최대한 은둔했고 국민과의 직접 소통 자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도 316일 만에 열렸습니다. 기자회견이나 자유로운 대화보다 대국민 담화나 공식행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고 가끔 국민들과 대면하고 악수하는 것으로 소통을 대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재임 기간 내내 ‘불통’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녔습니다. 아버지를 닮아 권위적인 리더십이 몸에 밴 결과일 것입니다. 그런 신비 마케팅이 대통령의 권위를 곧추세워줄 것이라는 허망한 기대도 있었을 법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또 달랐습니다. 문재인의 소통에는 늘 ‘연출’이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 장소와 장면을 최대한 정제해 국민에게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탁 전 비서관 스스로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곧 그의 철학”이라고 했듯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행사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도록 세밀하게 기획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소통 방식의 원칙과 철학이 없었다고 봅니다. 그는 무조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잘난 척 아는 척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소통도 당연히 ‘직통’을 원했습니다. 취임 다음 날부터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질문을 받는 도어스테핑을 시작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방식이었습니다.

이재명 SNS 소통 방식은 가장 파격적이고 직설적

 

문제는 그것이 대통령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었다는 점입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석 질문을 받고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은 말들을 자랑하듯, 자화자찬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늘 그의 한마디 뒤에는 논란과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는 도어스테핑 형식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정작 소통의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도어스테핑은 61회 만에 중단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것 자체에 큰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과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매력을 느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도어스테핑이라며 온갖 폼은 잡고 싶었겠지만 그것을 감당할 준비는 부족했습니다. 이것이 윤석열의 대통령 리더십 실체라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파격적이고 직설적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자신의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최근 이 대통령 스스로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달 30일 SNS를 자신과 국민 사이의 ‘직접 소통 통로’라고 규정하면서 언론의 왜곡과 공격 속에서 자신을 살리고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어준 것도 SNS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려울수록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야 한다며 기자회견, 토론회, 현장 방문, 유튜브 생방송과 ‘루스벨트식 노변정담’까지 거론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정치의 여론 형성 때 유통 단계가 너무 많은 것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대통령 언급 -> 청와대 대변인실 회의 및 조율 -> 청와대 발표 -> 여야 반응 속출 -> 지지층 갈등, 분열 -> 국민 여론 도달 등의 복잡한 단계가 이뤄집니다. 이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지겠지만 전달자들의 해석과 마사지가 덧붙여지면서 이 대통령의 워딩과 진의는 그야말로 ‘누더기’가 되기 십상입니다.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 외로움을 느끼는 까닭

 

그래서 대통령 언급 -> 국민 여론 도달의 직거래 방식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 마진으로 덕을 보는 정치꾼들이 없기 때문에 이 대통령으로서도 품이 덜들 만합니다. 하지만 직거래 방식은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효율성과 실용적 이익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에게 직접 소통 방식은 그의 정치적 성향과 딱 맞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성장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 추론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소년공’으로 밑바닥에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때론 월급도 못 받았습니다. 돈 없고 빽 없는 설움이 얼마나 인간을 주눅들게 하고 비참하게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출세만이 답이라고 생각했을 법합니다. 이런 엄청난 동기부여는 그가 대통령까지 오른 결정적 이유일 것입니다. 한편으론 사람을 쉽게 믿거나 신뢰하지 않는 측면도 생겼을 법합니다. 이는 타인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힘으로 험난한 길을 뚫고 나가는 투지와 개척정신을 몸에 익혔을 것 같습니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거대한 계파의 적자로 정치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조직을 물려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 성장 과정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거나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동지를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주변 사람들이 이 대통령의 강한 성품과 큰 존재감을 보면서 자신이 대등한 동지가 되기를 포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곧 권력을 운영하는 방식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곧 권력을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박근혜는 은둔 속에서 권력도 독단적으로 썼습니다. 반대로 소통에 적극적이었던 노무현은 직접 국민과 만나고 말하면서도 이해찬 같은 사람에게 국정의 상당 부분을 맡기며 권력을 나눴습니다. 직접 소통과 권력 분점이 함께 간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어디에 서 있을까요. 소통은 노무현만큼 직접 하는데 권력은 나누지 못합니다. 소통은 노무현형이고 권력 운영은 박근혜형인 셈입니다. 이는 곧 ‘왜 이재명은 권력을 얻고도 그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나누지 못하고 국민과 직접 연결되는 방식으로만 행사하려 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SNS 게시물 수는 답이 아니라 증상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득보다는 실이 클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대외비 문서를 올렸다가 고발당하는 일도 벌어졌고 ‘이재명 원리주의자’를 자처하는 계정을 팔로우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윤석열의 도어스테핑이 득보다 실이 컸던 것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걸러내는 장치 없이 대통령의 말이 곧바로 나가면 사고는 대통령 본인이 떠안게 됩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점점 더 고립되면서 SNS도 더 늘어나는 ‘반비례의 법칙’이 대체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이 SNS를 부르고 SNS의 실책이 다시 고립을 부르는 악순환입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가 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참모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정치는 결국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고 대통령에게는 면전에서 반대하고 싸우면서도 마지막까지 함께 책임질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대통령은 이제 ‘내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하드캐리 증후군의 알을 깨고 나와야 합니다. 누군가 대신 깨줄 수 있는 알도 아닙니다.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깨고 나와야 합니다. 알을 깬 뒤 그 속의 결과물을 참모들과, 관료들과, 지지층들과 나눠야 합니다.

직접 소통을 멈추라는 말이 아닙니다. 주변 세력과 권력을 나누지 못한 채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라는 말 뒤에 숨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대통령이 ‘지금 내가 약하다’고 생각한다면 누군가에게 손을 먼저 내밀면 어떨까요.

 

*이 글은 2026년 10월 8일자 투데이신문 '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코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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