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기노 칼럼] 용혜인 논란이 들춰낸 거대 양당의 원죄

성기노피처링대표 2026. 9. 4. 15:40
728x90
반응형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비례대표와 장관 겸직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사진=KNN News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30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지명했다. 1990년생, 만 36세.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헌정 사상 최연소 국무위원이 된다. 소수정당 대표를 국무위원으로 발탁한 것 역시 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파격에는 그만큼의 논란도 따라붙고 있다. 특히 용 후보자가 비례대표를 던지는 문제가 그의 장관직 직행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회법 29조는 국회의원 겸직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면서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예외로 둔다. 지역구든 비례든 구분하지 않으니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문제는 관례다. 비례대표가 입각하면 의원직을 내놓는 것이 그동안의 상식이었고 공직선거법 200조 2항에 따라 사퇴해도 같은 당 다음 순위 후보가 승계하니 당의 의석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유지하겠다는 말은 자리 욕심으로 읽히기 딱 좋다.

그런데 용 후보자의 해명이 이 사안의 본질을 뜻밖에 정확히 드러냈다. 그는 “연합정치의 제도적 공백으로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를 기본소득당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두 차례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이 주도한 위성정당 명부로 국회에 들어왔다. 21대는 더불어시민당, 22대는 더불어민주연합이다. 당선 뒤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갔다.

따라서 그가 사퇴하면 승계자는 기본소득당 사람이 아니다. 사퇴하면 당이 원외로 밀려나고 유지하면 의석과 국고보조금을 지키려 관례를 깼다는 비난을 뒤집어쓴다. 어느 쪽을 택해도 정답이 없다.

그런데 이 막다른 골목은 용혜인이 만든 것이 아니다.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놓고 곧바로 위성정당으로 그 취지를 무력화한 거대 양당이 만들었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넓히자고 만든 제도가 소수정당을 거대정당의 명부에 얹혀살게 만드는 제도로 뒤바뀌었다. 그 기형의 청구서가 이번 장관 인사에 날아든 것이다.

물론 양손에 떡을 쥔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용 후보자 개인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출근길에 겸직 논란을 묻는 취재진에게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인사만 남기고 문을 닫은 장면은 실망스러웠다. 어색하게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는 모습에서 강단 있는 청년 국회의원의 당당한 모습과도 거리가 멀었다. 굳이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시간벌기이자 민감한 질문을 피하는 옹색한 방패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가 소수정당과 연합정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국무회의 테이블에 양당 문법 바깥의 언어가 하나쯤 놓이는 것, 그것이 한국 정치의 양당 독점을 깨는 아주 작은 나비의 몸짓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강고한 양당 기득권 구조는 그런 실험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량과 포용, 배려가 없는 게 현실이다. 소수정당이 국무위원 한 자리를 얻는 순간 원내 존재를 잃게 되는 구조, 이것은 거대 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성정당으로 무력화하면서 초래한 결과다.

기본소득당은 이번 인사를 연합정치의 실현이라 말한다. 하지만 성취라 부르기는 어렵다. 제도로 정착하지 못한 연합정치가 편법으로 연명해왔다는 증거에 가깝다.

성평등 의제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금 한국의 성평등 논의는 정책이 아니라 성별과 진영 간의 극단적 감정 대립과 폭력적 언어로 소비될 뿐이다. 젠더는 선거 때마다 표를 가르는 도구가 됐고 그 사이 실질적 정책은 뒷걸음질쳤다.

이런 국면에서 용 후보자 측이 내세운 생활동반자법 발의 이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2025년 9월 3일 발의돼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이 법안 취지는 혼인·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 밖에 있는 비혼동거, 1인 가구, 다양한 돌봄 관계 등에 법적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가족의 형태를 국가가 좁게 규정해온 관행을 흔드는 법안이고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통과해야 할 문턱이기도 하다. 그가 급진적이라 비판받는 지점이 실은 우리 사회가 미뤄둔 숙제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그 숙제를 풀 사람이 소관 상임위에서 어떤 입법 실적을 쌓았는지, 부처 조직을 끌고 갈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이런 의혹이 상당히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이번 인사 청문회에서 오고 갈 질문과 대답은 뻔하다. 겸직을 유지할 것인가 아닌가, 성평등 정책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하지만 그것만 묻고 끝내면 이 논란은 또 한 사람의 처신 문제로 축소된다.

진짜 답해야 할 쪽은 따로 있다.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제를 껍데기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 소수정당 의원 한 사람에게 사퇴하라 말라 강제를 하는 거대 양당의 폐해가 용혜인이 흐려놓은 장관 도덕성 문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용혜인의 딜레마는 개인의 욕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거대 양당이 멋대로 설계한 엉망진창 제도에서 나왔다. 누워서 침 뱉는데 남의 얼굴에 떨어지게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능력이다. 거대 양당 기득권은 그토록 무섭고 강고하고 또한 뻔뻔하다. 두 가지 색깔만 있는 국회의사당이 오늘따라 더 우중충하게 보인다.

 

*이 글은 2026년 9월 4일자 투데이신문 칼럼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