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 칼럼] ‘평양 무인기’ 사태, 윤석열의 ‘계엄령 유도탄’인가
북한의 ‘남한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으로 남북 무력대결 위기 국면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남한 무인기의 평양 추가 침투 가능성에 대응한다’며 인민군 총참모부 지시로 휴전선 부근 포병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작전예비지시 하달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난데없는 ‘북한 포격’ 공포심에 떨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공격’과 그에 따른 물적 피해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포 사격 준비태세 지시에 대해서는 ‘실제상황’까지 염두에 두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한군은 지난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부터 연평도를 선전포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포격해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사망하는 도발을 감행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포격준비태세 지시도 ‘입벌구’(입만 벌리면 구라) 차원이 아니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밝힌 8개 포병 여단은 서부∼동부 휴전선 전 전선에 배치돼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 부대다. 북한의 1개 포병 여단은 170mm 자주포와 240, 300mm 방사포 등을 갖춘 4개 포병 대대로 구성된다. 8개 포병 여단이면 약 570문의 장사정포 위력이 동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술적으로 5발씩 쏘면 2850여발, 10발씩 쏘면 5700여발의 ‘포탄비’가 서울 등 수도권에 쏟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할 때도 대규모 장사정포 위협 등은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남북 충돌 가능성이 가장 큰 상황”(정부 소식통)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언급한 ‘작전 예비 지시’는 ‘준비 명령’으로 포격장비 일체를 갖추고 언제든 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의 포격 지시가 군사적 위협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발사 포대의 편성까지 제시되는 등 남북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또한 북한이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를 폭파해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서 대응 사격을 실시하는 등 이미 양측의 ‘간접 전투’가 실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이번 평양 무인기 사태를 일으킨 ‘주체’가 누구인지 확실히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애초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가, 긴급회의에 참석한 뒤 1시간 만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로 말을 바꿨다. 일각에서는 국방장관의 ‘입장 번복’이 사실인정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자작극’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군이 동력과 유도장치를 활용해 무인기를 북한 영공으로 날렸다면 이는 사실상 전쟁행위라는 점에서 엄청난 군사적 후폭풍을 불러오기 때문에 섣불리 그런 ‘도박’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예전 북한이 남한에 보낸 중국제 무인기와 유사하다는 점과 ‘3D 프린터로 제작된 조립 제품으로, 한국군의 무인기와 다른 형상을 하고 있다’(국민의힘 유용원 의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무모한 도전 객기는 대한민국의 비참한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고 경고하며 한국의 무인기 도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드론 삐라(전단) 사태’와 관련해 “강경한 정치군사적 입장”을 표명, 이번 사건에 직접 개입한 것은 그만큼 무인기 사태를 엄중히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그널을 주는 동시에 한국의 ‘의도적인 도발’에 직접 대응해 체제결속 효과도 얻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한국이 평양 무인기 사태에 대해 확실하게 부인을 하지 않거나 사실관계를 빠르게 정리하지 않고 방관함으로써 북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위기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야권에서는 “명태균-김대남 사태로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국민적 지탄의 목소리가 큰 상황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신종 북풍’으로 정국 위기를 탈출하려는 것”이라며 의심을 하고 있다.
이번 평양 무인기 사태는 누구의 ‘작품’인지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일 대남 공세를 펴고 있지만 한국이 그 ‘덫’에 걸려들지 않자 무인기 자작극으로 남북의 긴장상태를 극대화해 내부 혼란을 수습하려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정부의 ‘작품’일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취임 후 ‘첫 작품’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이번 무인기 사태가 터졌다는 점에서 그가 윤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김건희 여사 문제로 위기에 몰린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신종 북풍’을 기획했거나 참모들의 ‘대북 강경 대응’ 건의를 수용해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로서 정권 내에서 대표적인 ‘매파’에 해당한다. 그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을 정도로 야당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경호처장 시절에는 대통령 행사에서 소란을 일으킨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의 ‘심기경호’를 떠올리게 하는 강경하고 위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대통령밖에 모르는’ 인물이 경호처장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보직’을 옮긴 직후 무인기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도 ‘오비이락’을 넘어 정치적 의도가 있을 개연성을 높여준다. 북한의 자작극이라고 해도 이번 사태를 정치적 논란으로 증폭시키기 위해 북한을 더 자극하며 도발을 유도하려는 ‘작전’ 시도를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무인기 사태로 실제 포 사격 등의 국지적 도발을 해올 경우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하던 계엄령 선포도 ‘안보적 정당성’이 확보되었다며 윤석열 정권이 밀어붙일 수도 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번 무인기 사태에 대해 “윤석열 정권이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남북 극한 대결’ 프레임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위기 상황에 처한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 실제 무인기를 보냈으면서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북한이 그동안 비상식적이고 어이없는 도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무인기 사태도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무인기 대응 실패를 떠넘기기 위해 의도적인 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누가 더 정치적 이익을 얻을 것인지를 따져 본다면 점점 정치적 위기에 빠지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 ‘발각 위험’을 무릎 쓰고 의도적으로 북한을 자극해 ‘북풍몰이’를 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안보도 지극히 심리전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안보에 대한 인식은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무한신뢰에서 나온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일방적인 대북 강경책만을 주장하면서도 그 대응과 대책에 대한 합리적이고 믿을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대북 대응으로 남북 긴장관계를 더 고조시킨 장본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지난 2022년 12월 26일 12시 12분경 서울 상공에 무인기가 출현한 사실을 전화로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확전을 각오하고 무인기를 침투하라”고 명령했다. 그의 이런 ‘비례성 대응 원칙’은 순간적으로 기분은 낼 수 있겠지만 결국 그 장기적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군 통수권자의 모습일 수도 있다.
특히 당시 윤 대통령은 ‘확전 각오’라는 전시상태에 준하는 명령을 내린 뒤 술자리를 가진 행적을 두고도 말들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그날 18시 30분경 4대 지방협의체 회장단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송년회를 겸한 만찬을 진행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만찬장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건배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설훈 의원은 “확전을 각오한 침투 작전이라는 게 결국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소린데, 이런 엄청난 명령을 내려놓고 만찬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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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문제에 대해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거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 강단 있고 ‘비례성의 원칙’으로 대응한 뒤 그들이 도발해온다면 그에 상응하는 확실하고 믿을 만한 대비책을 마련해놓았느냐는 점을 궁금해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연일 최저 지지율 기록을 경신하고 있을 만큼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혹시라도 안보를 담보로 ‘군사적 도박’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든든한 안보는 국민들과 정부의 단합된 힘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과연 그 중심에서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무인기 사태도 아무런 대책 없이 북한을 자극만 하다가 애먼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도 있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59분’동안 혼자 떠들기만 하는 윤 대통령에게 기댈 것은 없다. ‘각자도생’을 위해 집 주변 대피소나 방공호쯤은 미리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