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 칼럼] ‘명태균 게이트’에 윤석열 김건희 떨고 있나
‘명태균 게이트’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쑥대밭이 돼 가고 있다. 명씨는 대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대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입 열면 진짜 뒤집힌다. 내가 (감옥에)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검찰이) 날 잡으면 한 달이면 대통령이 탄핵당할 텐데 (검찰이) 감당 되겠나”라며 현직 대통령을 협박하고 있다.
일개 ‘정치 브로커’에 불과한 명씨의 ‘입 난사’에 여권 전체가 두드려 맞고 있어도 누구 하나 위기를 수습하는 사람이 없다. 없을 수밖에 없다. 이번 ‘명태균 게이트’의 첫 출발점이 ‘권력 언터처블’ 김건희 여사이기 때문이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가 총선 공천에 개입한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서 연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민감한 얘기들을 쏟아내 여론이 악화일로에 있지만 여권은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윤 대통령 ‘부부’에게 생각보다 심각한 사안이다. 김건희 여사는 명태균을 통해 김영선 공천에 직접 개입했을 개연성이 있고(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 중 첫 번째 확정 판결은 2016년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 불법으로 개입한 사건에서 나왔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선후보’의 여론조사비가 불법 정치자금으로 ‘치환’되는 ‘삼각 커넥션’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는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이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수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명씨가 ‘사실’이나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기보다 ‘대통령 탄핵’ 등 감정적 언사만 남발하는 것을 보면 사건 실체보다 정치적으로 붐업, 과장되고 있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명씨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부부와 긴밀하게 접촉하는 과정에서 캠프의 대선 자금 흐름이나 그 밖의 민감한 정보를 ‘얻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협박을 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실의 대응은 조용하기만 하다. 이번 ‘명태균 게이트’가 윤 대통령 탄핵 운운까지 하는 급박한 사안임에도 대통령실은 그들의 단골 대응 루트인 ‘법적 조치’ 등 초강경 태세를 취하지 않고 사태 추이를 방관만 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렇게 얌전하게 대응하는 것은 명씨가 쥔 포커의 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연루돼 있기 때문에 ‘감히’ 사건의 진실을 직접 캐 물을 수도 없다. 대통령실도 검찰을 통해 명씨를 ‘찍어 누르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을 것이다.
이번 ‘명태균 게이트’는 대통령과 그 부인이 연루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이다. 권부의 내밀한 속 이야기들이 전화 녹취 등을 통해 세상에 까발려지는 건 대통령 임기 말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대통령 부부가 비선 등과 은밀하게 나눴던 정보들이 세상에 돌아다니는 건 측근들을 꽁꽁 묶어두었던 권력의 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상류의 둑이 무너졌으니 그 터진 물이 하류로 내려오는 건 시간문제다. 레임덕의 둑은 조그만 구멍에서부터 시작해 그 반경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시작된다. ‘명태균 게이트’는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사법 리스크’를 처음으로 구체화하는 트리거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번 ‘명태균 논란’을 접하면서 든 생각은 윤석열 정권의 권력 작동 방식이나 그 운용이 너무도 허술하고 엉망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런 수준미달의 권력운용 방식이 국정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최근 관가에서는 정권이 바뀌었을 때 법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복지부동이 만연해 있고 대통령의 령도 서지 않는다는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치는 8할이 사람 관리다. 세상에 부유하는 수많은 사기꾼과 진짜 ‘꾼’을 판별하고 접근을 차단하는 게 대통령 권력운용의 첫 번째 원칙이다. 여의도에서 자칭 ‘선거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그들의 사탕발림에 때로는 혹하기 마련이고 또 운 좋게 두드려 맞춰 권력의 신망을 얻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무조건 쓸 수는 없다. 선거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브로커’들을 쓰면 분명히 뒤탈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권주자의 사람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권주자나 그 배우자는 사적으로도 수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권주자가 대선 등의 장도에 오를 경우 모든 사적 네트워크는 캠프의 공적 스크린 대상에 올려야 한다. 그런 작업을 총괄적으로 하는 인물은 권력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선거 등을 통해 그 자질이 검증된 현역 의원이어야 한다.
모 대권주자의 경우 현직 의원이 총사령탑으로 그런 일들을 유능하게 해냈다. 내로라하는 정치 ‘꾼’들을 소개받고 접촉한 뒤 배신 가능성이 있거나 장난을 치는 브로커들은 쳐 내고 그렇지 않은 ‘인재’는 철저하게 관리를 했다. 사실 대권주자의 경우 정치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빈자리를 메워주기 위해 정치 ‘책사’도 필요하다.
책사가 내놓는 온갖 묘수도 중요하지만 그 ‘꾼’들이 대권주자를 앞세워 호가호위하거나 배신해서 협박을 하는 경우를 사전에 차단하고 그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이번 ‘명태균 게이트’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 주변에 그런 ‘스크린’ 작업을 하는 인물이 전무했고 그 역할을 김건희 여사가 직접 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 김 여사를 ‘감히’ 견제하거나 태클을 걸 만한 인물은 윤석열 정권 내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나마 ‘윤핵관’ 중의 한명이었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명태균이) 위험한 인물이니 가까이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래”라고 말한 뒤 그 뒤로도 몇 차례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정치 브로커의 접근을 차단하고 사람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직언을 하는 충정의 참모가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은 ‘윤핵관’이라는 기득권 중심의 ‘금배지 이익 공동체’가 그 역할을 하는 척했지만 실제로 그들은 공천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캠프 사람관리는 믿을 만하고 충직한 의원들 몇몇에게 크로스체크를 하며 그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게 기본이지만 윤 대통령은 그런 객관적이고 엄정한 역할을 김 여사가 혼자 도맡아 하도록 사실상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일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김대남 전 행정관은 “위에 수석 강아무개씨도 다 아무것도 아니고, 실제 지금 거기서 딱 돌아가는 거는 안에 있는 지금 그 40대 옛날 친박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애들 있어. 걔들이 다 똬리 터 가지고 스크럼 짜 가지고 돌아가고 있어. 그래서 걔네들이 지금 하나의 새로운 우리 옛날에 박근혜 때도 (비선) 4인방 있었잖아. 그런 식으로 걔네들이 (김건희) 여사하고 딱 네트워킹이 돼가지고 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주류’에서 배제된 다른 참모들은 김 여사의 ‘역할’에 대해 사실상 모른 척 하거나 수수방관하게 된다. 문제될 소지가 다분하고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됨에도 참모들은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은 대부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어긋난 권력운용의 후유증(대통령 탄핵)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들은 목숨 걸고 직언을 하기보다 사태를 방관하며 자신들의 경력관리나 낙하산 인사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윤 대통령은 갑자기 정치에 입문한 뒤 정치를 너무 몰랐고 또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권력운용의 첫 번째 원칙은 부패와 비리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민정’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비공식 라인을 공식 라인으로 체계화하고 일체화시켜야 이번 ‘명태균 게이트’처럼 큰 후유증이 없다.
비공식 라인에서 올라온 전략이나 아이디어도 공식적인 토론 의제로 올려 정권 전체의 아젠다로 만들어내는 능력 있는 인물이 대통령 권력의 ‘길잡이’이자 방패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그런 과정들이 모두 생략된 채 김건희 여사 등 일부 ‘사적 네트워크’의 즉흥적이고 폐쇄적인 라인 속에서 운용됐다는 것이 이번 ‘명태균 게이트’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명태균씨는 윤석열 정권의 조잡하고 허술한 권력 운용방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백주에 대통령을 협박하며 조롱하고 다닌다. 그렇게 해도 윤 대통령이나 주변 참모들이 지혜롭게 수습할 역량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대통령이 믿는 구석은 검찰인데 검찰도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할 경우 그 반대급부로 엄청난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런 ‘정치적 하중’ 때문에 이번 ‘명태균 게이트’ 처리도 대통령 입맛에 맞게 처리해줄지 의문이다.
검찰이 존폐 기로의 위기에까지 몰리면서도 ‘윤석열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검찰이 지금껏 살아남은 이유는 권력에 철저히 얹혀가며 조직을 보존해나가지만 한번 힘 떨어진 권력에 대해서는 무섭고 냉혹하게 돌아서 ‘임명권자’를 물어뜯으며 또 다른 생존의 길을 열어나가기 때문이다.
명태균씨는 김건희 여사의 초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명씨가 김 여사의 인맥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김 여사가 공식 라인을 뛰어넘어 직접 대통령에게 누군가를 소개시켜준 것은 그 자체로 참모들 개입을 차단시키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참모들도 당연히 ‘명태균 관련’은 언터처블로 여기고 관심을 아예 가지지 않는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번 경우처럼 제대로 된 대응은커녕 일개 정치 브로커에게 대통령이 협박까지 당하는 참담한 상황으로 내몰리며 모멸을 당하게 된다. 윤 대통령도 그 누구에게 책임을 묻거나 따질 수도 없다. 부인이 ‘사고’를 친 것에 대해 뭐라고 할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권력 운용의 핵심은 사적 라인의 공적인 전환과 그 체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역할을 바로 ‘베갯밑송사’의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가 대신했으니 대통령실 차원의 수습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고 있다.
이번 ‘명태균 게이트’는 윤 대통령 부부가 검찰에 그 ‘뒤처리’를 전가하는 것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대응’으로 돌파하려 할 것이다. 명태균씨를 탈탈 털어 또 다른 꼬투리를 엮어 언론플레이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 희석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번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의혹은 권력이나 검찰의 자체해결로 그 해소가 불가능하다. 권력이 자폭 스위치를 스스로 누르지 않는 한 이번 사건은 명쾌한 결말이 날 가능성이 제로다. 하지만 여론의 비판 비등점이 극에 달해 윤 대통령에게 그 하중이 직격하게 되면 여권의 권력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한 뒤 ‘김건희 십상시’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관적이게도, 정치와 권력 작동 체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윤 대통령에게 그런 수습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김 여사의 파워가 ‘소멸’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윤 대통령의 무능과 무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