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윤석열 복수극’ 성공할까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권경쟁 열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돌아온 탕아’ 이준석 전 대표가 자신이 밀고 있는 천하람 후보를 당 대표에 꽂아 넣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곧 ‘윤핵관’에 의해 쫓겨난 이 전 대표의 ‘윤석열 복수극’이기도 합니다. 이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다면 국민의힘 권력구도는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7월 7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당시 이준석 대표가 ‘성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꼬투리를 잡아 ‘당원권 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이 전 대표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2022년 3월 대선 승리에 이어 6월 1일 지방선거 대승의 샴페인 잔이 마르기도 전에 집권여당 대표가 단칼에 날아가버린 사상초유의 사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과정은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전 대표가 징계효력가처분소송을 내며 맞섰지만 ‘윤핵관’의 집단린치에 중과부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전 대표는 여의도의 뒷골목으로 사라져버렸고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이 전 대표를 따라다니는 ‘성추문’ 꼬리표는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마저 퇴색케하는 주홍글씨였고 ‘이준석의 재기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 이준석 전 대표를 여의도 바닥으로 다시 불러낸 장본인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이준석이 다시 여의도에 등장한 것은 순전히 윤 대통령의 ‘탐욕’ 때문이었습니다. ‘윤핵관’들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선출 룰을 ‘당심 100%’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 전 대표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날리면 파동’ 등으로 민심에 역주행는 윤 대통령의 폭주정치가 계속 논란을 낳는 시점에서 ‘당심 100%’로 대변되는 ‘윤핵관’들의 전횡이 목불인견의 상황으로 치닫던 시점이었습니다.
공개 행보를 자제하며 은둔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6일에만 2개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모두 전당대회 ‘당심 100%’ 룰 개정을 비판하는 글이었습니다. 그의 총구는 윤석열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었습니다. 이준석의 ‘윤석열 복수극’ 서막이 오르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준석 식 내부총질 정치’에 치를 떨던 ‘친윤계’는 또 다시 골칫덩어리가 당에서 ‘분탕질’을 한다며 조수진 의원 등이 나서서 맞서고 있지만 ‘윤석열 결사옹위’ 논리가 이준석의 ‘개혁과 쇄신’ 명분 앞에 번번이 나가떨어지는 형국입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과 이준석의 대선 최종전이 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 1등 공신’이라고 믿고 있는 이 전 대표를 매정하게 내칠 수 있었던 뱃심의 배경에는 ‘이준석 무용론’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선을 이 전 대표와 치러보니 그가 윤석열의 당선에 그리 기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오만함과 ‘화장실 전후’ 상황 인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준석이 없어도 내 힘으로 이기는 선거인데 괜히 뺑뺑이만 돌았다’는 후회와 이기적인 탐욕이 발동했고 그것이 지방선거 직후 ‘쳐내기’로 이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로서는 그런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인식이 말도 안 되는 ‘자뻑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의 ‘견물생심’으로 본 것입니다. 이 전 대표는 직관적인 선거 메시지 전략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베끼게’ 만들었던 독특한 유세 전략 등이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인데 ‘윤석열 혼자 힘’으로 이겼다는 계산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대선 이후 ‘오월동주’의 배를 타고 있었고 결국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같이 탄 배에서 필요 없다며 물에 던져 버렸다가 사단이 난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의 대선 승리에 얼마나 공헌했는지 대략 판단해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자신이 대표에 당선 됐을 때에 비해 현재의 당원이 약 50만명 정도 늘었는데 그 가운데 20% 정도의 지분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2021년 이후 새로 유입된 신진세력이 이번 전당대회 최대 폭풍의 눈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이들이 곧 ‘천하람 돌풍’의 발전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김기현 후보를 중심으로 한 ‘윤핵관’들과 윤 대통령 자신은 대선 이후 들어온 새로운 당원들은 이준석을 보고 입당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인기 브랜드 때문에 당에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와 투표패턴을 분석해보면 윤석열과 이준석 중 누가 더 대선에 기여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 당권경쟁에서 김기현 후보가 일방적으로 이기지 않고 천하람 후보가 20% 이상 의미 있는 득표를 하거나 결선투표까지 올라 박빙의 승부를 펼친다면 지난 대선 승리는 ‘윤석열과 이준석’의 합작품이거나 이준석의 ‘지대한 공’이라는 해석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됩니다. 이 말은 곧 국민의힘 지배구조에서 윤석열 지분이 100%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좋든 싫든 이준석으로 대변되는 ‘비윤계’들과 국민의힘 지분을 나눠 가지며 ‘강제 동거’를 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명령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자신의 ‘윤석열 복수극’을 위한 난장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것이 바로 투표율입니다. 그는 천하람 후보를 통해 안철수 후보와의 경쟁보다는 결선투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소 ‘설레발’을 치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이렇게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은 “젊은 세대 위주로 구성된 천 후보 지지자들이 모바일 투표라는 방식에 능숙하고, 자발적 당원 가입이 많기 때문에 투표율이 훨씬 높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핵심 선거 전략 때문입니다.
이 전 대표가 당선됐던 지난 2021년 전당대회 투표율은 45.4%였습니다. 대권주자가 아닌 일반적 당권 경쟁 투표율이 30%대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였습니다.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도 이 전 대표의 바람과 기대대로 40% 중반에서 50%대까지 육박한다면 그의 ‘윤석열 복수극’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낸 뒤 협치와 통합의 리더십으로 대야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집권여당도 ‘윤핵관’과 ‘비윤계’의 견제와 균형 정치를 유도했다면, 그래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면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말 전당대회 룰 개정 정국에 끼어들 공간은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성추문’으로 쫓겨나 젊은 대표의 이미지에 생채기가 심하게 났고 ‘이준석 식 내부총질 정치’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지난 9개월여 동안 목도해온 대로 독불장군 식 폭주정치로 민심과 불화했고 정적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리게 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죽었던’ 이준석까지 살아오게 만드는 ‘역진 정치’로 자멸할 위기에 빠진 것입니다. ‘정치를 모르는’ 윤 대통령은 ‘당심 100%’로 자신이 점찍은 꼭두각시 후보를 내세워 국민의힘을 통째로 삼키려 했지만 ‘죽은 줄’ 알았던 이준석 때문에 지금 골치가 아프게 생겼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이긴 하지만 그가 청년층에서 보이는 표심 소구력은 바로 ‘투표 현찰’이기에 여전히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정치판은 이미 MZ세대의 거대한 새 물결 앞에 여의도 문법도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주의’와 ‘능력주의’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이는 이준석의 ‘윤석열 복수극’이 단순히 조폭 영화의 한 장면에 머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파이낸설투데이 2월 20일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