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극한으로 치닫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2. 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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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전당대회가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현재의 여당 전당대회 상황은 통제 불능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여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 후보들은 보이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이 판을 휘젓고 다니는 혼란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은 당권 주자인 안철수 후보를 ‘적’으로 규정하며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입니다. 이에 안 후보는 ‘정당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며 반발했다가 ‘윤핵관’의 무차별 공세에 흠칫하며 6일 정치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전당대회 후보들 진로를 ‘교통통제’ 하다 보니 이 분란을 최종 정리할 컨트롤타워도 사라져버려 더 극심한 혼란을 노정하고 있습니다. 

점입가경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을 주저앉히기 위해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절차를 ‘100% 당원 투표’로 고친 데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은 ‘해임과 으름장’으로 또다시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두 당권 주자의 ‘진로방해’를 최종 지휘한 장본인은 누가 봐도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역대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이처럼 대통령의 ‘의중’이 언론에 많이 언급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안철수 후보만 남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윤 대통령이 어떻게 어떻게 생각한다’는 ‘윤심’이 여과 없이 마구 언론에 뿌려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이 ‘약체’ 김기현 후보를 대신해 ‘손수’ 전당대회 길을 내가며 경쟁 후보들을 쳐내 주는 형국입니다. 

최근 흘러나온 윤 대통령의 ‘정국 인식’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객관성 있는 판단이 아니라 한 계파 수장의 편협하고 적대적인 사고체계가 드러난 것처럼 보입니다. 도하 언론이 대통령실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윤 대통령의 ‘워딩’에는 분노와 적대감이 묻어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심 팔이를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윤핵관’에 휘둘리는 ‘허수아비’로 규정하는 안 후보의 ‘느닷없는’ 정치 공세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위해 노력한 측근들을 싸잡아 간신배, 모리배로 몰아간 이준석의 프레임을 들고나왔다고 보는 것이다. ‘간신 프레임’을 들고나오면 윤 대통령을 무능한 ‘연산군’ 만드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윤석열’과 ‘안철수’를 동급으로 놓는 안 후보의 ‘윤안 연대’ 선거 전략에도 격앙돼 있습니다. 감히 당 대표 후보 ‘따위’가 대통령과 ‘연대’ 운운하는 게 가당키나 한 얘기냐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이자 헌법 수호자이며 대한민국 대표자인데 당 대표로 나오는 사람이 대통령과 연대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고 무례하다’는 것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하는데 ‘자기 정치’에 눈이 멀어 선을 세게 넘었다고 봅니다. 더구나 안 후보에게 ‘윤심’은 언감생심이라는 겁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이 전당대회 개입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대통령의 ‘심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윤 대통령이 작심해서 ‘현재 내 상황을 똑똑히 알려라’라고 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참모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안 후보를 ‘조리돌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윤 대통령이 안철수 후보가 권력에 눈이 멀어 너무 철없는 행동을 하는 것에 격노해 참모들을 통해 ‘대통령의 억울함을 충분히 전파하라’고 한 정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모기를 잡는 데 도끼를 휘두르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대통령은 의전 서열 1위로서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자 대한민국 정부의 정부 수반입니다. 반면 여당 대표는 국가 의전 서열 7위로 부총리급 예우를 받습니다. 더구나 여당 대표도 아닌 ‘여당 대표 후보’라고 하면 대통령이 상대할 ‘급’이 아닌 것입니다. 

지금 윤 대통령은 안철수 후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발끈해 ‘장비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형국입니다. 참모들도 바짝 긴장해 이성적인 판단과 직언을 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분노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물론 참모들도 대통령의 ‘기분’에 동조할 수 있지만 정치의 영역은 ‘일방적 내지르기’가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 안철수 윤상현 조경태 황교안 김준교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승리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의 감정적 격분을 ‘중화’시키고 정국을 책임 있고 객관적으로 이끌어갈 대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 여권에는 그런 ‘독주 방지 시스템’이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정국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도하에 끌려가기만 하면 종국에는 그 하중과 피해가 고스란히 윤 대통령에게로 쏠립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선 한 후보의, 다분히 선거용 ‘멘트’에 이렇게까지 일일이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수많은 참모가 ‘간접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고 장외에 포진한 열성적인 ‘친윤 지지층’도 많습니다. ‘외곽 때리기’를 통해 충분히 안철수 후보 주장의 허점을 깨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안철수 총공격’을 주도했음에도 안 후보가 그 초강력 ‘태클’을 뚫고 덜컥 당 대표라도 돼 버리면 ‘윤석열을 이긴 안철수’라는 ‘미래 권력 프레임’이 생깁니다. 그렇지 않아도 차기를 꿈꾸는 안 후보에게 날개를 달아 주고 윤 대통령은 스스로 뒷전으로 물러나 주는, 그냥 떠다 바치는 ‘자살골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안철수 후보에 대한 ‘당 대표 불가론’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정치’의 실체와 한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함에도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항하는 후보’로만 부각돼 당 대표까지 된다면 집권 여당에 그 자체로 ‘정치적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윤핵관’과 하루가 멀다고 권력투쟁이 일어나 여권은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재앙을 부른 장본인으로 윤 대통령이 첫 번째로 거론된다면 ‘여당 침몰’의 책임자로 지목돼 향후 지도력에도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칫하면 총선이 오기도 전에 조기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문제는 그 여파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개인’에게만 미치는 게 아니라 국정 전반이 표류할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안철수 후보를 당 대표로 가장 세게 밀어주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안 후보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해 찍어 누르려고 할 경우 일종의 ‘풍선 효과’로 안철수 후보의 ‘반윤 구심점’ 프레임만 더 부각시켜 준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워딩’은 그 어떤 나라보다 영향력이 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에다 정치에 ‘과몰입’하는 여론 성향상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여당 전체를 혼란의 극단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용산에서 터져 나오는 ‘윤석열 발’ 각종 ‘이야기’들은 확실히 도를 넘었고 마치 여당을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리려는 듯’ 편협하고 감정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진노’를 제어해 줄 강단 있는 참모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여성경제신문 2월 7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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