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 ‘장외투쟁’ 선언, 대선 2차전 시작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 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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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문 조사를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월 28일 12시간의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직후부터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검찰답게 역시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듭니다”라며 ‘윤석열 검찰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이어 민주당 지도부도 다음날 ‘장외투쟁’을 포함한 초강력 대응을 논의했습니다. 민주당이 드디어 강경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릴 기세입니다. 

이 대표는 3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2차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한 소회와 향후의 정국 대응 계획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습니다. 핵심은 2가지입니다. 먼저 이 대표는 검찰 수사가 중립적이지 않고 의도적인 지연작전을 통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을 ‘검사 독재정권’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군사 독재정권은 군인들이 총칼로 공포정치를 일삼았다면 검사 독재정권은 검찰이 기소권으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공포정치로 야당을 말살해 검사 독재정권의 장기 집권을 꿈꾼다는 게 이 대표의 현 시국 상황 인식입니다. 

이렇게 이 대표가 검찰 수사의 ‘정치 편향성’과 검사 독재정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개 거론한 직후부터 민주당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퇴보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며 서울에서 장외투쟁 격인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국정무능 보고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민주당이 주말마다 거리로 나가 국민보고대회 등의 ‘가두 투쟁’을 진행할 경우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될 것입니다.  

이렇게 정치권에 전운이 깊어진 것은 결국 대선의 후유증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대선 불복을 넘어 사실상 사법 불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총선에서 170석 이상 압승으로 대선 승복과 사법 승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안 의원이 ‘당심’을 잡기 위한 지지유도 측면도 있지만 국민의힘의 전반적인 대야 인식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발언이기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 규탄", "김건희 특검수용"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 등에 있어서 전혀 야당의 협조를 받지 못했다며 이는 사실상의 대선 불복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재명 표적 수사’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괴롭힌 정적에 대한 ‘복수 활극’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3차 소환 요구에 응하며 ‘대선 패자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도 ‘정치 보복’의 연장선에 있는 발언입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과의 불화, 노조 탄압 등으로 과거의 권위주의 독재 정권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어렵게 이뤄낸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는 인식은 곧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저항과 투쟁 의식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입니다. 민주당은 ‘장외’ 국민보고대회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장소, 시기는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강도 높은 거리 투쟁이나 ‘재야’ 시민단체와의 공동전선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이 이렇게 ‘장외투쟁’을 포함한 초강경 모드로 나오는 배경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이재명 대표의 ‘자신감’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2번의 검찰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검찰에 대한 ‘전력 분석’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인 공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표가 소환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진술에만 주로 의존해 허술한 점을 많이 발견했고, 앞으로 충분히 법적으로 또한 정치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궁지에 몰린 이 대표가 취할 수 있는 것이 장외 투쟁을 통한 정치적 저항밖에 없기 때문에 강경 모드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사법 리스크 장군’에 외통수가 걸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강경모드로 전환해 장외로 뛰쳐나가는 것은 윤석열 검찰 정권이 정확하게 바라는 바였고 그들의 덫에 걸려들어 간 ‘패착’이라는 지적입니다. 

‘조국 사태’로 대선 승리 재미를 본 윤석열 검찰 정권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제2의 조국 사태’를 획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에 별 미련이 없는 윤 대통령이 지지율 추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재명 대표 구속으로 정치권 전체를 흔들며 ‘아사리판’을 만들 경우 그 쓰나미에 쓸려 내려가 더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민주당일 것이라는 자만심과 ‘무대포 전략’도 깔려 있습니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이 강경 모드로 전환한 또 다른 배경은 진보 진영과 야권 전체의 위기의식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우경화 전략’은 정치 신인의 미숙한 국가 통치력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정국 경색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궤멸 직전까지 이르렀다가 기사회생한 보수 진영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에 대한 ‘탄핵’ 수준의 ‘비례성 보복’을 획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도 단순히 ‘이재명 죽이기’ 차원이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를 압살하기 위한 첫 번째 ‘작전’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재인 정권의 ‘비정상화’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것도 그 손가락의 끝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명분으로 한 좌파 운동권 세력 척결과 진보 진영 무력화를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마지막 히든카드인 ‘장외 투쟁’을 꺼내려 하는 까닭도 윤석열 검찰 정권의 ‘진보 진영 말살 기류’에 얽힌 위기의식과 ‘저항의 DNA’가 다시 발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상황판단 실책 가능성과 불확실성입니다. ‘가두 투쟁’은 독재 정권 때 야당이 어쩔 수 없이 택할 수밖에 없었던 최후의 저항 수단이었습니다. 민주당이 거리로 뛰쳐나갈 경우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검찰 수사의 ‘진의’를 파악하고 그 정치적 편향성에 강력하게 저항하려 하지만 ‘이재명 수사’에 대한 여론은 사뭇 유보적입니다.


 

25일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2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검찰이 진행 중인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수사에 대해서는 ‘개인에 대한 비리’라는 답변이 53%로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야당 탄압용 정치 수사’라는 응답은 33.8%였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질 경우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63.8%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견디지 못해’ 거리로 나서려 합니다. 하지만 야당은 ‘국민의 힘’을 먹고 삽니다. 1987년 6.10 항쟁 때 도망가던 시위대를 집에 숨겨주던 바로 그 민심이 민주화를 이뤄낸 동력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야당 탄압에 시달리는’ 이재명 대표를 ‘집안’으로 따뜻하게 맞이해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당 대표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에서 전체 응답자의 35.5%는 ‘잘하고 있다’고 답했고 ‘잘못한다’는 응답은 51.8%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31.3%로 ‘야당 탄압 정당’인 국민의힘(36.6%)에 오차범위 밖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거리 투쟁의 동력은 막연한 기대와 환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공감과 지지에서 분출됩니다. ‘검사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장외투쟁을 선택한 이재명 대표의 다음 한 수는 과연 무엇일까요. 

 

(여성경제신문 1월 31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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