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설 정국 결정적 변수-윤석열 편
대선이 어느새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설 연휴만 지나면 사실상 2월 한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선 승패는 이번 설 연휴를 거치면서 정권교체론과 정권재창출의 큰 흐름이 중도층으로 서서히 수렴되며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판세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유리한 국면입니다. 여권의 ‘김건희 녹취록’ 파상공세와 홍준표 의원과의 내홍 등 각종 악재가 겹쳤지만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윤 후보가 상승안정 추세로 들어갔다는 국민의힘 자체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 후보는 ‘3실’(실력 실적 실천)을 앞세우며 온갖 ‘개인기’를 다 보여주었음에도 40%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권은 ‘본방사수’까지 외치며 기대를 걸었던 MBC의 ‘김건희 녹취록’ 카드가 잘 먹히지 않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윤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선 날, 이재명 후보는 보수정당의 트레이드마크인 큰절 퍼포먼스까지 하며 다급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윤 후보의 상승세를 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의도 문법’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돌파카드를 내놓고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꼽았습니다. 차기 국가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식견과 비전이 부족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대선 정국에서 깨닫게 되면서 지지율도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윤석열의 자체 경쟁력보다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의 내홍 등에 의해 더 심한 부침을 겪었습니다. 국민들이 윤석열 후보를 볼 때 ‘국가 운영 능력’을 주요 평가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갈등봉합 등의 리더십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윤 후보가 ‘김종인은 버리고 이준석은 취하는’ 선택적 통합으로 분열 위기를 벗어나자 지지율이 곧바로 반등한 것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음에도, 그리고 나라를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프로 TV’에서 경제정책 식견의 ‘허술함’이 노출됐음에도 윤 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국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도층마저도 검찰총장직을 거친 윤 후보의 26년 공직 경험을 국정운영의 기본 자질로 ‘하향’ 인정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꾸준히 50%대를 유지하는 정권교체론의 강력한 열기가 윤 후보의 개인적 ‘무능’을 가려주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이런 점에서 윤 후보의 향후 대선 승패의 결정적 변수는 본인의 국가운영 능력이 아니라 갈등조정과 통합 리더십 능력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이라는 개인의 변수가 아니라 ‘김건희’와 ‘홍준표’라는 외생변수가 윤 후보의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 키입니다.
먼저 김건희 부인 리스크의 위험성입니다. 이는 필자가 지난해 10월 26일 “윤석열 앞에 놓인 ‘김건희 부인 리스크’”라는 칼럼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필자는 “대권주자에게 ‘가족 리스크’는 사실 가장 위험한 요소입니다. 캠프의 공식 시스템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김건희 씨가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무려 7시간 동안 ‘편하게’ 통화한 것이 공개되면서 윤석열 후보조차도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윤 후보조차도 자신의 부인을 컨트롤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캠프에서 ‘걸크러시’의 좌충우돌을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향후 대선정국뿐 아니라 윤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김건희 씨에 대한 ‘통제 불능’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상당히 위험한 리스크 요소입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은 여자, 김건희는 남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록에서 드러난 김건희 씨의 ‘독특한’ 정무적 감각 때문에 새로운 여자영웅의 탄생까지 운운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작 실세이자 후보는 김건희’라는 세간의 수군거림을 윤석열 후보가 확실히 잠재울 필요가 있습니다.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에게 ‘처가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은 대선정국의 가장 민감한 리스크를 핵심적으로 지적한 대목입니다. 윤 후보가 김건희 씨의 국정운영 개입과 ‘처가 국정농단’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상징적인 조치를 대선 전까지 어떤 수준으로 내놓을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김건희 씨를 둘러싼 무속논란은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 꾸준히 이어져왔습니다. 특히 김씨는 지난해 전국의 유명한 점술가나 역술인들과 꾸준히 ‘간접적으로’ 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세간의 이목 때문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주로 상담을 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필자와 만난 한 무속인은 “지난해 김건희 씨가 윤석열 후보의 대선 당선 가능성을 문의했을 때 부정적으로 얘기해주니 역정을 내며 그것을 무시했다. 또한 자신의 ‘관재수’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송사가 걱정이 되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녹취록 사건으로 드러난 ‘건진법사’ 개입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지만 여전히 그 의혹은 말끔하게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건희씨 MBC 녹취록 사건은 대권주자의 부인이 ‘개인적으로’ 한 통화가 일반에 알려지면서 파문이 급속하게 커진 경우이지만 ‘결정적 한방’이 되지는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꿈쩍도 않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이런 시각을 말해줍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MBC가 윤석열을 구했다”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기자가 취재를 이유로 접근해 대선후보 부인의 ‘험담’을 교묘하게 폭로한 그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중도층의 거부감이 있었고, MBC가 녹취록에 대한 사전 검증도 없이 그냥 ‘틀어대는’ 수준의 비방방송국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역풍을 부른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김건희 씨가 연루된 ‘무속인 접촉과 비선’ 논란이 단순한 국정 조언의 수준을 넘어 왜곡된 국정개입의 한 채널로 받아들여질 경우 상당히 거센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 후보의 ‘집안단속’이 남은 대선정국의 키 포인트입니다.
홍준표 의원과의 ‘원팀’ 문제도 중요합니다. 홍 의원이 당 선대위 고문으로 참여하기 위해 윤 후보와 나눈 ‘밀담’ 가운데 일부인 종로 재보궐선거 공천권 거래설이 터져 나오면서 원팀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사실 홍준표 의원의 경선 이후 ‘독자행보’는 한국정치의 가장 심각한 고질적 병폐입니다. 아깝게 경선에서 패배한 홍 후보는 윤 후보의 승리를 축하해주며 승복을 했지만 그것은 외형상 보여주기에 불과했습니다. 홍 의원은 경선 기간 젊은층의 지지를 발판으로 ‘청년의꿈’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경선 불복을 고의적으로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경선에 참여했다는 것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동시에 승자를 도와준다는 약속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홍 의원은 ‘청년의꿈’ 플랫폼의 문답 란을 통해 끊임없이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판과 당 분열을 초래할 만한 언행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모양새만 승복한 것이지 사실상의 경선 불복 행위입니다. 급기야 홍 후보는 선대위 참여를 조건으로 종로 재보궐 공천권까지 요구하는 정치거래를 일삼다 윤석열 캠프 측의 ‘발설’로 완전히 스타일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어떤 변명으로도 홍 의원의 공천권 요구는 정당성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원팀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연출해주고 뒤로는 자신의 정치적 잇속만 챙기려는 얄팍한 수를 냈지만 결국 제 꾀에 넘어간 꼴이 돼버렸습니다.
홍 의원의 이런 위선적 행보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홍 의원을 그냥 내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윤 후보의 지지율은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 변수보다 당 분열과 통합 리더십에 더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윤 후보가 현재의 상승국면을 이어가고 대세를 굳히기 위해서는 수권정당 대선후보로서의 신뢰감과 안정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캠프 내부의 ‘윤핵관’ 강경파들이 윤 후보의 대선승리가 ‘자강론’만으로도, 4자대결 악조건 속에서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홍 의원과의 ‘밀약’을 공개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단독집권이 유력한데 굳이 홍준표 의원을 끌어들여 분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의 ‘이회창 대세론’이 싹튼 바로 그 ‘단독집권론’이 지지율이 상승추세에 있는 윤석열 캠프 측에서도 대세가 돼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징후가 ‘홍준표 내치기’와 원팀 무산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가 진정으로 정권교체에 뜻이 있다면 대세를 이어가는 자신부터 양보와 희생을 전제해야 합니다. 대세론은 타인의 희생을 강압적으로 요구해 그 부작용으로 무너지는 것입니다. 홍준표 의원이 구태정치로 종로 공천권을 요구하며 당을 분란에 빠뜨린 1차 ‘가해자’이긴 하지만 정작 급한 사람은 윤석열 후보입니다. 종로보다 더 한 것도 내줘야 합니다. ‘윤핵관’의 종로 공천권 요구 폭로는 권력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나눠먹으려는 ‘계산’에서 나온 또 다른 구태정치입니다. 경선의 최대 정적이었던 홍준표 의원을 끌어안는 것이야말로 윤 후보가 대선 승리로 직행하는 마지막 매조짐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홍준표 세력과의 화학적 결합이 아니라 탄핵으로 무너진 보수정당의 쇄신과 통합의 심리적 결합을 이룰 때 윤석열 후보도 승리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설 연휴 정국에서 윤석열 후보의 통합 리더십 행보가 어떤 ‘깜짝 이벤트’로 나타날지 독자 여러분들도 유심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1월 25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