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윤진숙?'...류영진 식약처장 해임안 봇물 터지는 까닭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대한 정치권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야당은 류 처장의 답변 태도와 업무 미숙, 문재인 대통령의 코드인사 등을 문제삼아 일제히 류 처장 깨기에 돌입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8월 23일 '살충제 계란' 파동 및 국회 상임위 답변 태도 논란의 중심에 선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해임건의를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류영진 식약처장의 발언 내용과 답변 태도를 '신 적폐 사례'라고 규정하면서 "류 식약처장은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해 파악도,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지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했고 어제(22일) 상임위에서는 코미디를 했다"고 공격했다.
또한 류 식약처장이 이낙연 총리의 질책을 '짜증'이라고 표현한 점, 의원 질의에 동문서답을 한 점 등도 문제 삼았다.
정 원내대표는 "혹시 '보나코'(보은-나홀로-코드) 인사인가 했는데 역시나 그렇게 나타났다"며 "식약처장은 공직자의 기본도 안돼 있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류 처장의 '상황 인식'에도 문제가 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의 업무 파악 미숙과 그 질책에 대해 "짜증"이라고 표현한 것은 상당히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짜증’이라고 표현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질책은 첫 번째 ‘경고’였다.
이 총리는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관련 현안 파악과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류 처장에게 “내가 할 질문들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기자들이 할 수도 있는 거다. 제대로 답변 못 할 거면 브리핑도 하지 말라”고 호되게 질책했다.
이 총리가 이렇게 질책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16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의원들 질의에 류 처장이 우물쭈물하며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류 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국내산 계란에는 살충제가 전혀 검출된 바 없다”며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류 처장을 향한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취임 한 달 남짓 된 류 처장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렵다는 동정론이 일었다.
이 가운데 류 처장은 “총리가 짜증을 냈다”는 발언으로 자질뿐만 아니라 소양도 의심을 받게 됐다.
이낙연 총리가 류영진 식약처장을 만나 무거운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류 처장은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들의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총리로부터 들은 질책에 대해 “짜증을 냈다”고 표현했다.
일부 의원은 류 처장의 ‘짜증’ 표현에 “짜증이 아니라 질책한 것”이라며 “성실하고 정중하게, 신중을 기해서 답변하라”고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류 처장은 “죄송하다”면서도 “짜증과 질책은 같은 부분이다. 약간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그렇다”고 굽히지 않았다.
이 총리는 류 처장의 ‘짜증’ 발언 바로 전날에도 두 번째 경고를 날렸다.
21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이 총리는 “류 처장의 업무 파악이 늦어지면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총리는 “(류 처장이) 최단 시일 내에 업무를 완전히 장악해 주기를 바란다. 만약에 일정 시점까지도 그것이 안 될 경우에는 저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야당의 해임 건의에 대해서는 식품 안전 분야를 담당하는 차장이 공석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이 총리는 ‘살충제 계란’에 대한 상황 파악은 물론 상관의 질책까지 올바르게 듣지 못한 류 처장에 대해 두번째 경고장까지 날린 상황이다. 며칠 동안 류 처장의 '헛발질'이 계속될 경우 이 총리가 직접 해임건의를 하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동안 이 총리는 '실세'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정의 한 켠으로 비켜나 있었고, 언론 주목도 거의 받지 못했다. 총리는 어디 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모든 사안이 청와대로 몰리고 그곳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이 총리의 존재감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총리실이 그 컨트롤타워가 되면서 상황도 반전되고 있다. 특히 류 처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선대위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 힘으로 버티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에서그를 두번이나 질책한 부분은 이 총리의 '정치적 의중'이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리가 류 처장 해임건의를 카드로 자신의 정치적 웨이트를 키울 수도 있다. 문제는 '천상천하 청와대 유일론'에 이 총리가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되면 그 반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김종필 이해찬 전 총리 등이 힘과 실력을 바탕으로 책임총리의 모양새를 어느정도 갖췄을 뿐 그 외는 대통령을 '그림자 보좌'하는 수준에 그쳤던 게 사실이다. 류 식약처장의 '거취'를 두고 이낙연 총리와 청와대 참모 사이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도 이번 살충제 계란 정국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류 처장이 단 시일 내 업무파악을 완전히 해서 '실력'과 내공을 보여준다면, 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에서는 그를 두고 과거 박근혜 정권 때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동문서답' 발언 태도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여당 내부에서도 청문회 때 류 처장을 '실드'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야당보다 더 거세게 몰아세우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을 정도로 그에 대한 불만도 높다. 오죽했으면 '남자 윤진숙'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당분간 류 처장의 거취 문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속 꽤나 썩을 것 같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류영진 식품의약안전처장 프로필
2017.07 ~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2016.01 대한약사회 부회장
2013.05 포럼지식공감 상임공동대표
2012 ~ 2012.12 제18대 대통령선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직능특보
2012 ~ 2012.12 제18대 대통령선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2010.03 ~ 2016.02 부산광역시 약사회 회장
1978 ~ 1982 부산대학교 제약학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