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이석현 이종걸 심재권 유승희 등 중진들 대거 탈락...현역 31명 물갈이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중진들이 코로나19 정국 와중에서 공천 칼바람을 맞고 있다. 최다선급 가운데 한명인 이석현(6선) 의원이 탈락했고, 당내 비주류의 상징이었던 이종걸(5선) 의원도 현역의 꿈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심재권·이춘석·유승희(이상 3선) 의원 등도 탈락했다, 신경민(재선), 권미혁(초선) 등을 포함해 하루에만 현역 의원 7명이 4·15 총선 경선에서 탈락했다. 상당수 다선 중진 의원이 원외 인사들에게 패배하면서 ‘물갈이’가 현실화한 것이다. 하지만 4선의 설훈 의원은 부천원미을에서 공천을 받아 5선을 바라보게 됐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4일부터 사흘 동안 경선이 치러진 지역구 29곳의 투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경선 결과 다선·중진 의원들은 대거 탈락했다. 경기 안양동안갑의 이석현 의원은 민병덕 후보에게, 이종걸 의원은 경기안양만안에서 강득구 후보에게 공천권을 내줬다. 심재권(서울 강동을)·이춘석(전북 익산갑)·유승희(서울 성북갑) 의원은 이해식 대변인과 김수흥 예비후보,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패했다. 서울 영등포을에 나섰던 신경민 의원은 김민석 전 최고위원에게 졌다. 당 관계자는 “중진 물갈이론과 하위 20%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본선에 오르지 못한 현역의원은 모두 31명이다. 현역 물갈이 비율은 당 목표치(20%)를 웃도는 24.2%다.
반면 중진을 제외한 초선 의원들은 원외 후보와 청와대 출신 예비후보를 이겨 ‘현역 강세’가 확인됐다. 경기 부천원미을 설훈(4선) 의원, 초선인 이상헌(울산 북구)·이후삼(충북 제천단양)·어기구(충남 당진)·김종민(논산·계룡·금산)·안호영(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오영훈(제주을) 의원 등이 원외 인사를 이기고 본선행에 올랐다. 현역과 청와대 출신 경쟁으로 주목받았던 경기 남양주을에서도 김한정 의원이 김봉준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이겼다. 민주당은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와 후보별 가점·감점을 적용해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여성 공천 배제’ 논란이 일었던 서울 송파병엔 현역인 남인순 최고위원을 단수공천하고, 인천 부평갑에서는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과 이성만 예비후보의 경선을 치르기로 확정했다. 또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도 마감하고 본격적인 선출 절차에 착수했다.
최고위원회는 서울 송파병에서 공천 배제된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재심위)의 결정을 기각하고 남인순 의원을 해당 지역구 후보로 확정했다. 홍미영 전 인천 부평구청장 단수공천으로 결론났던 인천 부평갑은 이성만 예비후보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전략선거구로 전환, 여론조사 방식으로 2인 경선을 치르게 됐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홍 전 구청장을 단수공천했지만 인천 지역 의원들의 집단 반발이 이어졌고 이 예비후보의 이의신청이 인용됐다. 다만 최고위는 이 예비후보가 권리당원 명단을 사전에 100명 이상 확인하는 등 감점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존 경선 방식(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 여론조사) 외의 별도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엇갈린 재심 결과를 놓고 당의 청년·여성 공천 의지가 역행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도 마무리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의석 수가 줄어든 데다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효과로 ‘비례 입성’의 문이 좁아져, 우선 순번을 차지하기 위한 내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영입한 외부인사 중에선 5명이 출마했다. 최혜영 강동대 교수는 여성 장애인 몫으로 할당된 제한경쟁 분야 비례 1번, 김병주 전 육군대장은 외교·안보 몫인 비례 2번에 공모했다. 통일 분야 전문성을 앞세운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노동 분야 전문가인 이수진 최고위원도 신청했다. 권지웅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도 출사표를 냈다. 당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오는 29일 서류심사를 진행하고 1차 후보자 명단을 압축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전화와 SNS로만 하다 보니 스킨십을 할 기회도 없어 힘이 들었다고 한다. 인지도 있는 현역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중진들에 대한 물갈이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역중진들은 1차 경선에서 7명 가운데 5명이 탈락하는 이변을 보였다. 현역도 벌써 31명이나 물갈이 되는 등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와 비례대표 위성정당 논란 등으로 민주당의 1당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으로도 현역들이 더 탈락하는 충격요법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