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 방문'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눈물 흘린 조재구 남구청장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 중인 대구를 급히 찾았다. 문 대통령이 대구를 찾은 것은 지난 18일 영남권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일주일 만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왜 빨리 현장방문을 해주지 않느냐는 말들도 나왔다. 문 대통령 성향상 현장방문을 꺼렸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일정을 맞추는 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TK 지역에 확진자가 급증하자 참모들에게 최대한 빨리 대구 방문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은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부터 대구에 상주하며 직접 현장지휘를 시작했다. 같은 날 대통령과 총리가 한 지역을 방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구 지역의 코로나 확산 추세를 막지 못하면 향후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정부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장 상황 점검을 위해 대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예상보다 심각한 현지 분위기에 매우 안타까워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통령은 연일 코로나19 대응에 매진하고 있는 공무원들에 고마움을 표하며 최대한 진정성 있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문 대통령은 대구의료원에 이어 대구남구청을 찾아 취약계층 복지전달체계를 점검했다. 남구는 대구 지역서도 확진자가 270명이나 발생한 대표적인 취약지구로 꼽히는 곳이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서 어르신과 장애인 등에 대한 점검을 당부한 뒤, 도열해 있던 공무원들에게 몸을 틀어 "정말 고생하시는 공무원들께는 그 고마움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손도 잡지 못하는데, 마음으로 정말로 뜨겁게 격려와 위로 말씀을 드리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공무원들과 마주 본 문 대통령은 "우리가 이 상황을 함께 해야 이겨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대구를 잘 지키는 일이 대구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일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고 이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힘내시기 바라고 끝까지 최선 다해주길 당부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당부의 말을 이어갈 때 참석했던 청와대 참모들이나 남구청 공무원들은 모두 조용하게 경청했고 분위기도 숙연했다. 전쟁을 겪은 본 세대는 아니지만 문 대통령 또한 북한 실향민 후손으로서 전쟁같은 이번 난국을 겪는 대구 주민들을 최대한 예우하며 위로했다.
이 날 분위기의 최고조는 조재구 남구청장의 눈물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구 지역 취약계층의 복지전달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대구 남구청을 방문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문 대통령에게 관리 현황을 보고한 뒤 "어제 청와대 비서관들이 사전에 방문을 해서 대통령을 모시기 위해서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현장에 집중하라는 대통령의 말씀을 전해 듣고 저는 정말 역대 대통령과 정말 다르시구나 하는 생각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남구의 코로나19 대응 현황 등을 보고한 조재구 남구청장은 눈시울을 붉힌 채 "사태가 마무리된 후에 매우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거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지원 요청이 있다"며 A4용지 두 장 분량의 편지가 담긴 봉투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조 구청장은 “남구청 재정이 전국 꼴찌다. 제발 도와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조 구청장의 편지는 코로나19 방역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보다 미군부대 내 대구 3차 순환도로 미개통 문제, 레포츠 산업 및 공동체활성화 복지거점센터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조 구청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십시오"라고 위로하고, "아까 주신 편지는 제가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청와대 참모들과 남구청 공무원들 모두 숙연해졌다. 일각에서는 조 구청장이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민원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지나치다. 코로나19와 관련돼 아직도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무조건 정치 색안경을 끼고 사실을 왜곡하고 비난하는 일부 세력들이 있다. 지금은 평시가 아닌 준 전시 상황이다. 국론을 한 곳으로 모아야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구의료원도 찾았다. 유완식 대구의료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전문하시는 의료진 숫자가 절대 부족한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물품은 많이 신경 써주셔서 보급해주고 있지만, 이 상태로 가면 언제 동이 날지 모른다”며 “얼마나 필요한지 묻지 말고 무조건 주시면 아껴 쓰겠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의료진의 건강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진이 감염되면 병원 전체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고 적은 수의 의료 인력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상황이라 지나친 과로로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한다"며 "중앙 정부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은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 시민은 물론 국민 전체 건강을 지켜내야 하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며 "지역 주민 스스로 방역의 주체라 생각하는 것 같고, 다른 지역도 우리 모두의 일이라 생각하면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힘내시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 지역 소상공인들을 만나서는 “대구·경북지역의 일이라고 대구·경북에만 맡기지 않겠다. 대구·경북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 의지도 전례가 없다”며 “믿고 함께 가보자”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TK(대구·경북)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6.25 전쟁 이후 최대로 겪는 국가적인 재난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정치적 해석도 의미가 없다. 문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말 그대로 코로나19에 힘들어하는 대구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방문이었고 절박한 심정으로 찾았다.
대통령의 현장방문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큰 재난 때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그 아픔을 나누고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첫번째 해야할 역할이다. 정치적 유.불리도 정상적인 상황에서나 따지는 한가한 계산이다. 국민이 아픔을 겪고 다수 사망자가 나온 전염병이라는 큰 고난 앞에 여야는 없다. 오로지 국민이 있을 뿐이다. 조재구 남구청장의 눈물도 중앙정부의 지원을 약속받으려는 제스처라고 할지라도 재정자립도 최하위 수준의 남구를 살리기 위한 진정성 있는 눈물이었다면 국민들도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대구의 눈물을 우리 모두가 닦아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