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당, 총선 공천 앞두고 '불공정' 논란 커지는 까닭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1. 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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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공천 적격자를 두고 불공정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불공정이라는 단어는 젊은층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활의제가 돼가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경기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의 세습공천과 그에 따른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도부가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역구 세습’ 문제에 국회의장 공관 사용, 문 부위원장 아들 전입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총선 초반 ‘아빠 찬스’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조국 대전’ 이후 전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공정 화두와 직결되는 조짐이다.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늘어나고, 30대의 지지층이 이반하는 현상과도 연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청와대가 균형인사비서관에 ‘조국 보좌관’을 임명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권침해 국민청원 공문 ‘반송’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침해 논란까지 벌어지자 당 내부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총선 구도가 ‘세습 정치’에서 ‘불공정 공천’으로 불붙을 경우 ‘조국 심판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문 부위원장은 ‘지역구 세습’ 비판이 나오자 지난 11일 “ ‘아빠 찬스’는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 부위원장이 초등학생 아들을 문 의장의 서울 한남동 공관으로 전입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녀 교육을 위해 ‘아빠 찬스’를 썼다는 비판이 나왔다. 부인과 초등학생 자녀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전입시킨 사실도 추가로 드러나 ‘세대 분리’ 꼼수까지 썼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지도부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당은 의정부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했다. 이해찬 대표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은 22일 “당의 우려, 국민의 정서를 문 의장과 당사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도 지도부의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중도층 중 무당층이라고 밝힌 응답자들은 지난해 9월 약 20%였지만 지난 17일 결과에선 31%로 증가했다. 이 중 20~30대 젊은 세대의 무당층은 같은 기간 6~8%포인트씩 증가했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의 후폭풍이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들의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는 “제1당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지층만으론 안된다. 선거 초반이지만 젊은 세대의 무당층 증가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5월 3일 일찌감치 총선공천제도를 발표했다. 윤호중(가운데) 총선제도기획단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제는 ‘세습 정치’가 본격적인 총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불공정 공천’ 문제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게)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한 것에 이어 20일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으로 조 전 장관 측근인 김미경 변호사가 임명된 점 등도 악재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인권위에 보낸 ‘조국 수사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를 촉구한다’는 국민청원을 두고 인권위 독립성 침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에서 ‘조국’ 때문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조국 심판론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총선 관련 당 핵심 관계자는 “본인이 현명한 결정을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 부위원장이 출마를 접는 쪽으로 결론 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공천 문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역 여론조사에서 김 전 대변인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언론 플레이도 이뤄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라는 여론의 민감한 감정선을 건드리는 소재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치부 기자와 청와대 대변인 경력이면 어떤 지역구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흑석동 부동산 투기 의혹이 그것을 잠재울 만큼 뛰어난 것이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현재 총선 예비후보 적격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지난 20일 김 전 대변인을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하고, 현장조사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복당도 논란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정 전 의원에 대한 당의 평가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다 교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당권 경쟁이 될 수 있는 정 전 의원이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강서갑에 출마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이 원내대표는 "본인이 어떤 취지로 금태섭 의원과의 경선에 마음을 굳혔는지 이 점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이후 과정에서 유권자들, 특히 강서구 주민들께서 결론 내주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이 당 차원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 이 원내대표는 "그 점이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를 다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라 말씀드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단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 자체가 적격의견을 유보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4.15 총선이 문재인 정권뿐 아니라 진보세력의 장기집권을 위해 반드시 마련해야 할 교두보로 인식하고 있다. 중진들의 불출마가 이어지고 험지에 차출을 보내는 등 최선의 최선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총선은 작은 불씨 하나가 큰 화마를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미디어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정치 지형상 한번 불타오른 여론을 쉽게 잠재우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민주당은 인재영입 등 긍정적인 요소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재적인 위협요소를 제거하는 부정적 상황 대처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당은 현재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다. 이는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논란 인사 가운데 일부는 공천을 줄 여지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런 기회주의적 행보는 결국 여론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더 늦기 전에 반발짝 앞서 선제적으로 불행의 싹을 잘랐어야 했다. 지금은 세습 부동산 미투 등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탄착군을 형성해 그 이미지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좀 늦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석균 부위원장 세습 논란과 김미경 변호사의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보은 인사 논란, 김의겸 전 대변인의 공천 논란 등은 그 자체로는 본인들이 생각할 때 억울하다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불씨 하나 두개가 모여서 결국 큰 불길을 만들어 낸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른다'는 선거 때마다 회자되는 강자들의 낙승 경계 1호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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