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 안 한다던 고민정, "721번 버스기사의 캔커피와 제주 가족여행 뒤 마음 흔들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1. 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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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5일 4·15총선 공직 사퇴시한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 춘추관에서 사퇴 관련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고심 끝에 “(정권 교체로) 완성된 줄로만 알았던 내 꿈은 아직 미완성이었다”면서 “이제 그 그림을 내 손으로 완성해 보려 한다”고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고 전 대변인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한테 선거는, 정치는 어울리지 않아”라며 정치에 몸담기를 거부해왔던 자신이 총선 출마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가 밝힌 계기는 721번 버스기사와 연말 제주도 여행이었다. 그는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던 어느 일요일 출근길에 자신이 사는 서대문구 북가좌동을 지나다니는 721번 버스기사를 만났다.

 

“달려가던 버스가 정류장에 잠시 정차하는 듯 하더니 기사님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와 내게 캔커피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몰라 쳐다보는 내게 기사님은 ‘힘드시죠? 기운내세요!’ 웃으며 한마디를 던지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뭐라 감사의 말도 하지도 못한 채 나는 창밖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고개를 숙이면 왠지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불출마를 결심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떠났던 제주도 가족여행에서도 그는 마음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12월 말, 생각을 정리할 겸, 어쩌면 불출마 논리 완성을 위해, 주말을 이용해 온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공항에서 만난 할아버지, 렌트카 업체에서 일하던 직원, 길을 걷다 마주친 내 또래의 부부는 721번 버스기사님처럼 “힘내세요!”하며 간절함과 응원의 눈빛으로 내 최종 결심을 흔들어댔다. 불출마 결심을 위해 온 여행에서 사람들은 나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는 결국 “나는 내 안의 내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왜 사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다시 물어야 했다”면서 “정치부 기자생활도, 정당생활도 해보지 않은 이방인이었던 내가 성실함과 진심, 이 두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2년 8개월을 그려왔듯 내 아이들을 위해, 내 뒤를 따라올 그 누군가를 위해, 대한민국의 일보 전진을 위해 홀로서기를 해보려 한다”고 결심을 밝혔다.

 


고 전 대변인은 출마 결심을 전하면서도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키워온 근육들이 너의 두 다리를 받칠 것이고, 가보지 않은 그 세상은 너에게 또다른 세상을 선사할 것이라고, 무엇보다 너로 인해 생긴 그 길이 누군가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곳이 내가 서야 할 곳이라면 당당히 맞서겠다”며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각오로 글을 마쳤다.

 

한편 고 전 대변인이 언급한 721번 버스가 공교롭게도 그의 유력 출마후보지 중의 하나인 광진을 지역으로 가는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고 전 대변인은 4월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었다. 자유한국당 오세훈 후보가 일찌감치 추미애 장관을 타깃으로 표밭갈이을 하고 있던 곳이다. 고 전 대변인은 출마 결심 계기를 설명하면서 '721번 노선버스'를 거론하자 광진을 출마를 시사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721번 버스가 광진을 지역을 지나가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고 전 대변인은 "(721번 버스) 종점이 광진구까지 가는 줄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어 "제가 시인의 아내지만 메타포(metaphor·은유적 표현)가 오히려 정치에서 더 강하게 존재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면서 "저희 집 앞에서 청와대 인근까지 가는 버스가 그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721번에 복선이 깔린 것이 아니라는 말씀인가'라는 질문에 "현재로써는 그렇다"고 말했다. '광진을도 배제할 순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어느 곳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고 전 대변인은 광진을 외에 출마 예상지로 거론되는 경기 의정부을·고양, 서울 서초갑 등에 대해 민주당이 가상 여론조사를 한 데 대해서는 "'그만큼 (내가)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가 하는 물음표도 갖게 되고, 한편으로 더 겸허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저의 말 한마디나 행동이 신중하지 않으면 전체 판 자체를 흔들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전 대변인은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총선 도전자들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청와대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다 당선이 보장돼 있지 않다. 저조차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이유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조직도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 강요할 순 없다"며 "(총선에) 나가는 데는 각자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국정운영이란 걸 함께 해나가면서 국회와 그 어려운 상황들, 입법에서 모든 정책들이 걸리는 상황들에 대한 간절함·괴로움 이런 것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많이 (총선에) 나갔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웬만한 중진 정치인들보다 더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정치경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아나운서에서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 핵심참모로 활동하며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했다. 여기에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승진하면서 더욱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고 전 대변인은 시인 남편과의 러브스토리, 눈길을 끄는 외모 등 여러가지로 대중적 인기를 얻는 요소들을 지녔다.

 

그런 그를 민주당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다. 한석이 아쉬운 절체절명의 이번 총선에서 고 전 대변인의 경력과 스토리는 한석 이상의 효과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고 전 대변인은 망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에 원래 뜻이 없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권유로 청와대 행을 결행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직업 정치인의 뜻은 별로 없어보였다. 그래서 그는 공직 사퇴시한을 하루 앞두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고 결국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에게는 문재인 대통령에 진 빚과 은혜에 대한 보은의 의미도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국회에 진출하게 되면 '문재인 수호자'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 경력에 대통령 측근이라고 해서 국회의원에 당연히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더 혹독한 검증을 통해 국정을 감시하는 국회의원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고 전 대변인이 국가운영의 모든 현안이 몰려드는 청와대의 대변인을 지낸 경력이 있기는 하지만 국회의원은 또 다른 능력과 시각을 요구하는 자리다. 그가 어디에 출마를 하든, 해당주민들이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능력과 지혜를 갖추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난 2017년 5월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남편 조기영 시인과 함께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일화를 공개한 바 있다.  탁현민 작가에게 처음 문재인 캠프 대변인 제안을 받고 고민했다는 고 전 대변인은 KBS 퇴사 후 퇴직금으로 생활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중간정산을 해서 얼마 안되더라. 넉달은 버티겠더라”고 말해 당시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결심한 것은) 문재인 대표님을 만나고 나서였다.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내 인생을 걸 만큼 대단한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가족의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만났는데 몇분 이야기 안한 후에 홀딱 반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야기를 2시간 정도 나눴는데 처음엔 바쁜 분이니까 할말 하고 30분 안에 일어날거라 생각했는데 2시간을 계속 이야기 하시더라. 그리고 자리 약속을 안하셨다. 내 손을 잡아주면 어떤 자리를 주겠다. 자리를 안줘서 감동이 됐다. 만약 자리를 약속했으면 실망했을 것 같다. 난 시인을 선택한 여자다. 돈이라는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고 고백했다. 고 전 대변인의 남편 조기영이 “대부분 정치인들은 드센 기와 권위를 느낄 수 있는데 그분은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하자 고 전 대변인은 “존경할 만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더라. 정치인, 대통령을 떠나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다니’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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