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주자'와 구심점 없이 겉도는 보수대통합,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보수대통합 논의가 겉돌고 있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누구도 이니셔티브를 쥐고 통합 논의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구심점 없이 논의가 진행되다 보니 결론은커녕 산발적인 주제들만 넘쳐나고 있고 접점찾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기어이 보수대통합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새로운보수당은 17일 자유한국당을 향해 ‘양당협의체’ 구성에 응하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한국당은 뒷짐진 채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만 바라보고 있다. 혁통위는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연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총선을 불과 3개월 남겨두고 한국당 따로, 새보수당 따로, 혁통위 따로, 모두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 통합의 선결과제인 과거 성찰과 가치 정립 등 알맹이보다 ‘반문재인 전선’이라는 형식을 구축하는 데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당 대표단 회의에서 “양당 통합 협의체를 거부하는 것은 통합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결혼하자면서 양가 상견례는 거부하고 일가친척 덕담 인사만 다니자는 것”이라고 했다. 하 대표는 한국당의 답이 없다면 “중대 결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신환 공동대표는 “한국당과 황 대표는 새보수당과 통합할 것인지, 우리공화당과 통합할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새보수당의 최후통첩은 두 당이 먼저 통합을 해야 4·15 총선 공천권 등 정치적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장 이날 혁통위 회의에 새보수당 몫 정운천·지상욱 의원이 불참했다. 혁통위를 둘러싼 불편한 기류 때문에 불참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보수당의 무조건 당대당 통합은 현재의 논의구조를 외면한 이기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보수당으로서는 한국당과의 통합을 서둘러 끝내야 지분정리와 함께 공천도 교통정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대당 통합이라는 수평적 연합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 또한 몇 석 되지도 않는 정당이 100석이 넘는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을 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새보수당은 창당 뒤 새로운 보수의 재정립이라는 가치 창조는 등한시한 채 오로지 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에만 목을 매고 있다. 혁통위에 참여하게 될 경우 새보수당의 존재감이 한국당 2중대로 묻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웨이트를 최대한 불리기 위해 일단 한국당과의 통합에 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한국당은 혁통위 틀에서 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혁통위 위원인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통합 논의는 혁통위가 중심이 돼 플랫폼 역할을 하고 정당 간 협의는 비공개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혁통위의 모태가 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혁통위가 추구하는 통합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며 “혁통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세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양보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혁통위 안에서 논의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혁통위는 오는 19일 귀국하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형준 혁통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서 “(가는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안 전 대표 동참을 촉구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태극기 세력부터 우리가 원하는 안철수 전 의원까지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혁통위를 구성했고 우리도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과 혁통위는 이처럼 외연 확장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새보수당 내에선 안 전 대표 합류를 두고 이견이 있어 통합 논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한 의원은 “통합이라는 맥락에서는 같이 가면 좋지만 막판에 안 전 대표가 판을 깰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혁통위는 출범 4일이 지나도록 우리공화당과 안 전 대표 결합 등 통합 범위 문제조차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성찰 없는 보수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처럼 ‘묻지마 통합’ 논의만 지속할 경우 결국 ‘도로 새누리당’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력한 대선주자의 부재는 보수대통합의 완결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통합이 이뤄진다면 그 최대의 수혜자는 당연히 황교안 대표다. 하지만 다른 제 정파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황 대표를 꽃가마에 태워줄 리 만무하다. 차라리 통합을 하지 않고 분열을 해서 보수세력이 패배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각자도생해서 그들만의 대선주자를 세운 뒤 대선 정국에서 딜을 해 권력지분을 확보하는 게 더 실용적인 대안일 수도 있다. 황 대표와 통합해봤자 주류가 아닌 이상 통합당에 제 정파들이 묻히는 만큼 차라리 각자도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이번에 공천의 전권을 쥐어 주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모시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그로서도 이제 마지노선까지 물러난 셈이다. 이렇게 해서 당도 살리고 혁통위를 통해 보수대통합의 명분도 살린다면 총선에서 한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부동산 가격 인상과 조국 사태 등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악재들이 총선을 가로막고 있고 정권중간심판이라는 선거 특성까지 더해져 이번 총선은 결코 여당에 유리하지 않다. 황 대표로서는 기본만 해내도 현재 의석(108석)보다는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안이 없는 한국당은 지금도 꾸역꾸역 총선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이렇게 황교안 체제는 그럭저럭, 삐걱삐걱 거리면서도 대선 종착역까지도 어떻게 도달할 수 있다. 답답한 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