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 70여명 역대 최고 기록...공정한 경선 이뤄질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1. 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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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들의 총선행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고민정 대변인, 유송화 춘추관장이 총선행 '막차'를 탔고 권향엽 균형인사비서관도 사직 뒤 출마설이 나온다.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난 참모들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주형철 경제보좌관도 사표를 냈고, 일찌감치 청와대를 떠난 참모들까지 포함하면 역대 정권 최고 수준이다.

대통령 측근,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10명 선이었고 노무현 정부 때도 20~30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문재인 정권의 70여명은 상당히 이례적인 쏠림현상이다. 

당연히 비판이 쏟아진다. 국정운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청와대가 정치인 양성소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적당히 청와대 경력 쌓아 정치에 입문하려는 참모들을 향해 '청와대를 출마 대기소쯤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진다. 사심 없이 대통령의 비서로서 묵묵히 일을 해야 할 참모들이 청와대 근무를 '경력이력서 한줄용'으로 여기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출마를 염두에 둔 참모들이라면 자신들이 관심이 있는 지역구에 당연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와대 업무에도 소홀해질 수 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불철주야 노력하는 다른 참모들에 견주어 업무 성과가 제대로 날 리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출마에 뜻이 있는 청와대 참모들이 특정지역에 유리한 방식으로 일처리를 할 가능성도 높다. 예산안 심사 등에도 청와대 인맥을 동원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실제로 기자가 접한 한 총선 출마 희망자는 대통령직속 기관에 근무하면서 해당지역 행사에도 자주 모습을 나타내고 그 지역의 숙원사업 등을 해결하는 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었다. 당연히 나중에 그 '실적'을 유세홍보용으로도 활용한다. 

여당 내부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다들 떠나면 소는 누가 키우나" "청와대 출신이라고 당내 경선에서 특혜 받는 거 아니냐"며 따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기에 경선과정에서도 당연히 그런 네트워크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정한 경선의 룰이 깨질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가장 강조하는 '공정성'의 경계가 청와대 참모 출신 후보들로부터 깨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출신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청와대 근무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오기도 한다. 전북 군산에 출마예정인 김의겸 후보의 선거 포스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산시민 국회의원-시민이 국회의원이다'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내걸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군산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 우수한 정책을 의견수렴하여 실행합니다'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다. 큼지막한 제목 아래에는 3가지 항목으로 ▶대통령님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군산경제위기의 다양한 해법 ▶일하는 엄마들의 고민 등 문구가 새겨졌다. 
 
포스터 하단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 전 대변인이 마주 보며 웃는 사진이 배치됐다. 포스터 맨 아래에는 김 전 대변인을 설명하는 문구로 '청와대 대변인(전) 김의겸'이라고 적혔다. 김 전 대변인은 이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군산시민의 아이디어를 제안받는다. 페이스북 댓글로 작성해주시면 정책을 수렴하여 반영하겠다"고 썼다.

홍보 문구 중 특히 '대통령께 하고 싶은 말을 제안해달라'고 한 대목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로서 유권자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지만, 청와대 대변인 경력을 부각시킨 홍보 전략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직통 라인이라도 있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불미스러운 일로 대변인직을 사퇴한 지 9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자신의 청와대 경력에 기대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에게 직접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것처럼 적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권자들도 믿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분이 출마한 것도 당에선 부담스러운 일인데, 지나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변인 선거 캠프 관계자는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정식 통로를 통해서 대통령에게 전달한다는 얘기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지금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한들 만나주겠느냐"라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3월 '흑석동 재개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청와대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당시 ‘부동산 투기 근절과 집값 안정’에 힘쏟고 있는 정부 시책과 다른 행보라는 비판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는 최근 전북 군산 출마를 선언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4·15 총선 국회의원 예비후보 자격 검증에 대해 '계속심사'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 전 대변인의 '흑석동 재개발 상가 매입·매각' 관련 전후 관계를 충분히 소명하라면서 적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룬 것이다.

한편 청와대 참모들이 이렇게 줄줄이 총선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본인들도 할 말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문재인 정권의 주요 개혁과제나 정책들이 국회에서 막히면 되는 게 하나도 없다"라고 푸념한다. 개혁의 동력을 국회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총선에서 당선돼 정부가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국회에서 돕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또한 역대 정부는 임기 반환점을 돌면 서서히 힘이 빠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이기게 되면 임기 내내 조기 레임덕 없이 개혁 동력을 끝까지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청와대 출신들의 선거 결기가 느껴진다. 

이같은 좋은 명분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공정한 경쟁 원칙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잘 인식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70여명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들의 ‘청와대 프리미엄’을 최소화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경선 홍보문구에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문구 대신 '전 청와대 행정관'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청와대에서 일할 기회를 준 것도 일종의 특혜인데, 경선에서도 이를 쓰게 하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당내 의견이 있다"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이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 원장은 최근 당 의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총선 출마자들 중에) 청와대 출신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달 말 출범하는 당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현직 대통령 명칭 사용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소한 대책으로 경선의 공정한 룰을 담보해낼 수 없다.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들은 '힘 있는 기관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당선되겠지' 하는 특권의식부터 걷어내야 한다. 청와대를 나온 사람이 군산 지역에 출마하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제안해달라'고 뻥을 친 김의겸 전 대변인이 국민들로부터 분노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까닭을 청와대 출신 후보자들이 한번쯤 되새겨봐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가장 강조하는 바로 공정성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목숨처럼 신봉하는 사람들이다. 그들부터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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