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정의당서 받은 감사패 쓰레기통에 버렸다"...정의당은 왜 그를 버렸나
정의당이 11일 당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탈당계를 처리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진중권 전 교수의 탈당 절차가 완료됐다"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최근 '조국 사태'에서 정의당과 견해차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9월 정의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에 찬성하자, 탈당계를 제출했다가 지도부의 만류를 받았다.
통상 당원이 탈당계를 제출하면 사무 절차에 따라 탈당 처리가 이뤄진다. 다만 탈당 이유를 좀 더 고려해봐야 할 때는 본인의 의사를 듣는 과정도 거친다. 진 전 교수의 경우 탈당 의사가 완강해 심상정 대표가 지난 10일 저녁, 탈당계 처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당 후에도 정의당과 진 전 교수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날 SNS(페이스북)을 통해 "원하시는 탈당계는 잘 처리되었다고 한다"며 "그동안 고마웠다. 요즘 좌충우돌한 모습은 빼고"라고 밝혔다.
이어 "마음 추스르시고 보다 진중하게 세상을 살펴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용히 처리해 달라고 했더니 가는 마당에 꼭 한소리를 해야 했나"라며 "당에서 받은 감사패를 최고의 명예로 알고 소중히 간직해왔는데, 윤 의원 말씀을 듣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맞받았다.
이어 "내가 당에 바쳤던 헌신이 고작 '계파 찬스'에 사용될 밥그릇 수나 늘려주는 활동에 불과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며 "세상사 많이 어렵고 헷갈리시죠? 그래서 원칙이라는 게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비판이다. 진 전 교수는 조 전 장관 사태와 관련해 정의당과 견해차를 보여왔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임명을 찬성한 정의당의 행보를 두고 “당신들이 의석수에 눈이 멀어 지켜야 할 그 자리를 떠난 거다”며 “작고하신 노회찬 의원이 살아 계셨다면, 지금 제가 있는 이 자리에 저와 함께 서 계실 거라 확신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글 끝부분에 정의당에서 받은 감사패를 버렸다며 “내가 당에 바친 헌신이 고작 계파찬스에 사용될 밥그릇 수나 늘려주는 활동에 불과한 게 아니었나 하는 자괴감에...사람들이 왜 저렇게 파렴치해졌을까?”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의 정의당 탈당은 진보세력의 분화와 갈등을 의미한다. 정의당은 최근 조국 전 장관 사태 때 그의 청문회 인준 여부를 두고 혼선을 빚다 결국 조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정의당은 젊은층의 큰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필수적인 민주당과의 선거법 개정 협력의 끈을 놓을 수 없어 조 전 장관 찬성으로 당론을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정의당은 '정략적인 판단으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조 전 장관의 임명 동의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논란에 계속 휩싸여 왔다. 진 교수도 정의당의 어정쩡한 스탠스에 대해 비판을 했고 결국 탈당까지 이어진 것이다.
정의당는 애초 그의 탈당계를 만류했지만, 결국 이번에 처리를 하고 말았다. 진 전 교수의 주장을 지지하는 젊은 층도 있지만 그들과의 타협을 위한 계속 어중간한 스탠스를 취할 수 없었고, 총선을 위해 이번에 조 전 교수와 결별하며 입장정리를 한 것이다. 정의당에게는 일정정도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진 전 교수가 최근 진보지지층으로부터 좌충우돌이라는 비판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정의당으로서도 더 이상 같이갈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진 전 교수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그가 유시민 이사장과 감정적인 설절을 벌이는 등 '비호감' 행보를 작심하고 이어감에 따라 더 이상 그와 같이 갈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진 전 교수에 대해 진보지지세력들은 '변절자'라며 맹비난을 하고 있다.그럼에도 진 전 교수는 친문세력과 담판을 짓겠다는 의지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맹공하고 있다.
한편 진 전 교수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여권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JTBC 신년 토론회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맞붙기도 했다.
최근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에게 결별을 '당한' 바 있다. 유 이사장은 7일 진 전 교수를 향해 “최대한 존중하며 작별하는 것이 좋겠다”며 사실상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지만 진 전 교수는 대화가 더 필요하다며 자주 만나자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유튜브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어떤 때에는 판단이 일치했고 길을 함께 걸었던 사이지만 지금은 갈림길에서 나는 이쪽으로, 진 전 교수는 저쪽으로 가기로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3년 정의당에 입당한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 고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노유진의 정치카페’ 팟캐스트를 진행할 정도로 유 이사장과 가까웠지만, 최근 ‘조국 사태’를 두고 극심한 견해차를 보였다.
유 이사장은 지난 1일 진 전 교수와 함께 출연한 JTBC ‘뉴스룸-신년토론’을 언급하며 “진 전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용이, 그간 우리가 수도 없이 봤던 검찰발 기사와 거의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 전 장관 관련) 문제에 관해 저와 입장이 완전히 다르니 이 국면에선 같이 못 가는 것”이라며 “그때 필요한 것이 작별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 전 교수에 대해 “물불, 좌우 안 가리고 옳지 않다는 대상이 우파든, 좌파든 상관없다는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 기질이 조국 사태에서 이런 모습을 표출되는 것이고 매력적인 기질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저보고 망상, 확증편향이라고 하지만, 누구나 그런 위험을 안고 있다”며 “진 전 교수가 밤에 혼자 있을 때 자신의 동영상이나 썼던 글을 보고, 자기 생각과 감정에 대해 거리를 두고 성찰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이날 발언이 나온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아니, 그럴수록 더 대화가 필요한 겁니다. 자주 뵈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두 사람은 정의당 창당 멤버다. 고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노유진의 정치카페' 팟캐스트를 진행할 정도로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조국 사태와 관련 극심한 견해차를 보였다. 이에 유 이사장은 정치적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 전 교수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음모론을 생산해 판매하는 대기업. 일종의 판타지 산업, 즉 한국판 마블 혹은 성인용 디즈니랜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