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검찰, 노무현 재단과 내 처까지 계좌 추적"...불법사찰 의혹 제기의 속내는?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4일 검찰이 재단 은행 계좌를 들여다본 것을 확인했다며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해 충격을 주고 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에서 “노무현재단의 주거래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제 개인 계좌, 제 처 계좌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검찰의 재단 계좌 확인 여부를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재단을 어떻게 하려고 계좌를 들여다본 게 아니라 알릴레오 때문에 내 뒷조사를 한 게 아닌가 싶다”며 “알릴레오와 미디어 몇 곳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관련 검찰 행위에 대해 비평을 해왔는데, 저와 재단 말고도 다른 주체들에 대해 뒷조사를 했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재단 계좌를 들여다본 사실이 있는가. 있다면 사전에 알았나. 제 개인 계좌를 들여다봤는가”라며 “재단이든 개인 계좌든 들여다봤다면 어떤 혐의로 계좌 추적 영장을 발부받았는지 내용을 공개해달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질문했다. 이어 “합당한 이유 없이 했다면 검찰을 비판하는 개인의 약점을 캐기 위해 뒷조사와 몹시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조 전 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 “직접 취재했는데 그런 건 일절 없었다.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을 직접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론플레이”라고 규정했다. 유 이사장은 “조 전 장관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윤 총장이 ‘조 전 장관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확인되진 않았지만, (서울)동부지검에서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서울)중앙지검에서 청구를 밀어붙였다는 설도 퍼지고 있다”며 “동부지검에서 조 전 장관을 구속시키면 넉 달 간 해온 정경심 교수와 관련된 몇 건의 혐의를 더 얹어서 기소할 것이라고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은 노무현재단, 유시민, 그 가족의 범죄에 대한 계좌추적을 한 사실이 없다”며 “법집행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악의적 허위 주장을 이제는 중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과 여권의 사상 유례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유시민 이사장은 검찰이 자신들을 불법사찰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지금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검찰의 재단 계좌추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그만큼 믿을만한 제보나 증거가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철두철미한 유 이사장이 확인되지 않은 설까지 언급하며 검찰을 압박하는 것에는 최근 검찰이 조국 전 장관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점점 정권의 권력핵심까지 칼날이 들어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현재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은 송철호 현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간의 커넥션으로까지 확산되는 등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자칫 검찰의 수사에 개입한다는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유 이사장이 다시 한번 정권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기존 미디어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유튜브를 유 이사장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무차별한 의혹제기라는 비판에서 한발 비켜설 수 있고, 검찰수사에 대한 여권의 대응논리도 유 이사장이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그의 유튜브 정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유 이사장이 주장하는 계좌추적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도 하더라도 그가 계속해서 검찰의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수사 의도에 대해 태클을 걸 경우 검찰도 향후 조국 전 장관이나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일정한 부담을 안고갈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에서 그 누구도 검찰과 맞서다 승리했던 예가 없다는 말이 정치권에서는 정설처럼 회자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살아있는 권력이었음에도 검찰 통제에는 사실상 실패했고, 검찰개혁 시도의 오랜 여파와 후유증이 결국 그를 검찰 포토라인까지 세우는 원인이 됐다. 이번에도 검찰은 '유시민'과 그 가족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주변부에 대한 압박을 통해 유 이사장의 맷집을 시험해보고 힘을 빼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권양숙 여사와 딸 정연씨와 관련한 검찰수사의 압박에 큰 고통을 받아야 했다.
불법사찰 의혹은 유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검찰을 비난하자, 그의 계좌추적을 통해 힘빼기를 시도하려는 검찰의 전형적인 정치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유 이사장은 현재의 검찰수사가 이미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주변부 계좌추적까지 하는 상황이 됐음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검찰이 그만큼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검찰은 하명수사에 대해 정공법으로 다가갔지만 수사의 뚜렷한 결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꾸 다른 루트를 뚫으려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 수사도 부인과 딸까지 엮었고, 그 파편은 하명수사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급기야 주변부에 있는 유 이사장에 대한 계좌추적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검찰로서는 지난 8월부터 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조국 전 장관 수사 정국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결정적인 스모킹건이 나오지 않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검찰이 수사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하고 엉뚱한 곳만 자꾸 두드리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치 8단쯤 되는 유 이사장이 지적한 불법사찰 의혹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 검찰의 수사가 핵심을 놓치고 주변부 변죽 때리기만 하고 있다는, 뼈때리는 아픔으로 검찰에 다가오고 있다. 이제 그 유령같은 판을 접을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