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게이트 터지나'...백원우 “유재수 감찰 중단, 외부 청탁 있었다” 검찰 진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53)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구속)에 대한 감찰을 무마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전 비서관은 감찰 중단 의사 결정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유 전 부시장도 친문 인사들에게 자신에 대한 감찰 중단을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경향신문은 "백 전 비서관은 최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조사를 받으면서 2017년 10월부터 진행하던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중단해달라는 외부 요청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유 전 부시장도 구속 후 검찰 조사에서 당시 감찰 중단 구명 활동을 한 대상과 과정을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두 사람의 진술과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52),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50)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앞서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46)은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행정관(46)이 감찰 중단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천 행정관은 유 전 부시장에게 직접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인사 청탁을 한 인물이다. 청탁 해당 인사는 실제 임명됐다. 김 지사와 윤 실장도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유 전 부시장과 인사 관련 협의를 한 정황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유 전 부시장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감찰 중단을 최종 결정한 조 전 장관도 직접 청탁을 받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조 전 장관은 백 전 비서관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51)이 결정한 사항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이 검찰에 나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두고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51)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을 역임했다. 중앙당 최고위원을 겸직하던 2017년 10~11월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 전 시장 비리 의혹을 언급하고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는 언론보도가 앞서 나왔다.
임 전 최고위원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관련 문건을 배포한 적이 있냐’, ‘최근 청와대와 당에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김 전 시장 관련 의혹을 들어본 적이 없고 청와대에 관련 첩보를 처음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57)과도 친분이 없다고 했다.
이번 유재수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 의혹은 두 가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먼저 유 전 시장이 민주당과 청와대를 잇는 여권 내 이권개입 로비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다. 민주당은 10여년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10년만의 정권교체는 수많은 여권인사에 대한 '자리 만들기'와 그동안 배고팠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태양광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0월 서울시가 태양광 보급사업을 '특정' 협동조합들에게 몰아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관련 협동조합은 친여권 성향의 시민단체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설립한 곳이다.
감사원이 지난 10월 7일 발표한 ‘서울특별시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사업 추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친여권' 협동조합들에게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사업’과 관련, 특혜를 줬다. 이 사업 예산은 218억 원이다. 이는 시가 추진 중인 베란다형을 포함한 모든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 예산 402억 원의 43.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처럼 시의 태양광 사업을 사실상 '싹쓸이'한 업체는 '386 운동권' 출신이나 '친문' 성향 언론사 및 시민단체 출신들이 설립한 곳이다. 녹색드림협동조합(녹색드림)·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햇빛발전)·해드림협동조합(해드림) 등 3곳이 바로 그 업체들이었다.
하지만 감사원과 서울시는 협동조합의 특혜 의혹에 대해 "특혜는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감사원은 "시민이 보급업체와 제품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을 고려할 때 서울시가 특정 업체에 물량을 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체 선정기준은 부적절했다고 부연했다.
서울시도 감사원의 주장을 근거로 “특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히 판명됐다”며 “다만 업체 심사·선정이나 관리·감독 과정에서의 미흡한 점은 선제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친여 성향의 업체 3곳이 수주를 몰아 받았다”며 “감사원과 서울시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부시장이 지난해 민주당 전문위원 자격으로 당에 나가 있었을 때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가 민주당과 청와대를 잇는 일종의 '민원 해결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작년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활동할 때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도 "이호철 전 수석이 유씨의 부산시 부시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고 주장했었다.
여러 민주당 인사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작년 4월 민주당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할 때 "호철이 형 잘 아느냐"며 이 전 수석과 친분을 드러냈다고 한다. 유 전 부시장은 춘천 출신으로 1964년생이고, 이 전 수석은 1958년생으로 부산대를 졸업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유 전 부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이 전 수석을 거론하자 민주당 관계자들은 "무슨 사이기에 저러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전 수석과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며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위 의혹을 받던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에서 민주당으로 온 뒤 작년 7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옮겼다. 여권 관계자는 "부산시로 가는 걸 보면서 왜 '호철이 형'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의 '인맥'은 이 전 수석을 넘어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등 현 정부 핵심 인사 전반에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국 전 민정수석을 포함해 유 전 부시장 '인맥' 대부분은 부산·경남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이들에게 구명 로비를 했을 경우 이는 불법적인 청탁행위가 될 수 있다. 유 전 부시장은 지난달 말 구속되기 전까지 "감찰 무마 구명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구속된 이후 태도가 다소 달라졌다고 한다. 그가 금융위 국장이던 2017년 말 청와대 감찰을 받게 되자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위 국장직을 유지하게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과 김 지사 등 3명의 통화 내역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근 김 지사 등 3명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들이 유 전 부시장의 부탁을 받고 조국 전 법무장관(당시 민정수석)이나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감찰 관련 연락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 등 3명의 검찰 진술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도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제기된 여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검찰에 밝히고 왔다"고 했었다.
김 지사 등 3명은 유 전 부시장과 청와대 등에서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청와대에 파견돼 근무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과 대통령 일정·의전 등을 담당하는 제1 부속실의 행정관으로 일했다. 제1 부속실 소속으로 노 전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수행 비서도 했다. 김 지사와는 이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김 지사는 2003년부터 5년간 청와대 제1 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했었다. 윤 실장도 노무현 청와대에서 기획조정비서관실 행정관과 정무기획 비서관으로 일했다. 또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근무 당시 금융 관련 기관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 소속의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천 행정관을 알게 됐다고 한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이들에게 구명 활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이런 인연 외에 다른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김 지사와 윤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정권 실세'로 꼽힌다. 이런 사람들이 단순히 유 전 부시장의 부탁을 받고 한 몸처럼 '감찰 무마' 시도에 나섰다고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김 지사 등 3명이 위험을 감수하며 이렇게 한 데에는 더 윗선의 입김이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유 전 부시장이 감찰 무마를 위해 다른 여권 인맥도 총동원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는 비위 의혹으로 작년 초 금융위에서 나간 뒤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 부산시 부시장 등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당 전문위원일 때는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언급하면서 친분을 과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유재수 감찰과 관련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말할 정도였다.
검찰 수사는 점차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조 전 장관 측은 지난달 "백 전 비서관, 박 비서관 등과 함께한 '3인 회의'에서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감찰 중단에 대한 자기 책임은 덜면서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되는 것은 막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김 지사 등 3명의 구명 활동 정황을 확보하면서 조 전 장관 입장에서 입을 다물 경우 이들의 청탁을 받고 감찰을 중단한 것이 된다. 직권남용의 공범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법조계에선 "가족 비리 사건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조 전 장관이 유재수 사건에 대해선 입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과연 이번 사건이 조국 전 장관의 치는 마지막 결정타가 될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으로는 꼬리자르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을 훨씬 넘어서는 권력 최상층부와의 커넥션까지 드러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검찰의 수사가 그 모든 것을 말해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도 그렇고 권력형비리도 마찬가지다. '눌러 놓으면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그런 사례는 무수히도 많았다. 이번 문재인 정권만은 그런 불행한 일을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