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짝퉁 명품시계’ 해프닝 따라가보니...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국회에서 때아닌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손목시계가 화제다. 겉으로만 보면 웬만한 공직자들은 엄두를 내기 어려운 스위스 최고급 명품 브랜드 제품을 차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몇몇 예결위 관계자는 서류 검토에 여념이 없던 최 위원장의 손목시계를 보며 수군거렸다. 유달리 시계 버클이 번쩍였기 때문이다. 스위스 명품브랜드인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그너처인 십자가 문양이 선명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스위스에서 1755년 설립된 최고급 시계 브랜드다.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을 호가한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 조선 마지막 임금인 순종이 이 시계를 찼다. 2015년 8월 한 30대 여성이 4600만 원대 바쉐론 콘스탄틴을 세관 신고 없이 들여오다 적발된 뒤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재만 씨가 선물로 사 줬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이날 이후 국회 예결위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최 위원장의 시계 이야기가 돌았다. 일부는 “저 시계라면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한 언론에 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했다. 그는 “2007년쯤 캄보디아 출장 당시 길거리에서 30달러를 주고 산 ‘짝퉁’이다. 직접 만나 보여줄 수 있다”며 명품 시계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 시계가 짝퉁이 많다. 나도 (사고 난 뒤) 나중에 유명한 브랜드라는 것을 알았는데 내가 차고 있는 게 진품이라면 좋겠다”며 멋쩍어했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이 왜 짝퉁 시계를 차고 있느냐는 질문엔 “(짝퉁이지만) 이 시계가 잘 맞는 편이다. 시곗줄도 2만∼3만 원을 주고 몇 번이나 바꿨다”고 했다.
국회 주변에선 “짝퉁이라면 고위 공직자가 소박한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짝퉁 시계가 11년째 잘 가는 게 이상하다” “관세법 위반 소지는 없느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 위원장은 다른 자리에선 이 시계 말고 다른 시계를 찬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올해 3월 14억7459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한편 민주평화당은 1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짝퉁(가품)시계' 보도와 관련해 "짝퉁이라면 차지 말았어야 했다"며 "짝퉁산업을 장려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명색이 대한민국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이 대의기관인 국회에, 그것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자리에 짝퉁시계를 차고 나와서야 되겠는가"라며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 시계를 차고 나왔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외국 사람들이 볼 때 대한민국 대외신인도의 문제로 비쳐질 수 있다"며 "허술한 처신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