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 국정원 상납금 외 '개인 용돈'도 챙긴 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매달 1억원의 현금을 상납 받은 것 외에 따로 개인적으로 받은 돈이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용돈’처럼 챙겼다는 의혹과 함께 ‘정기 상납금’이 제 주머니로 모두 들어가지 않고 통치자금 등 별도의 용도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뇌물죄의 종착지를 찾는 과정에서 칼끝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닿을지도 주목된다. 건네진 돈이 적지 않은 만큼 당시 국정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자금 전달 사실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일 “안 전 비서관 혐의 가운데 다달이 받은 돈 말고도 개인적으로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이 또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정기 상납금을 받은 사실 등 검찰이 파악한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개인적으로 받은 돈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5만원권 현금으로 상납이 이뤄진 만큼 계좌내역 등 직접적인 물증을 검찰이 확보하긴 어려울 수 잇지만, 목돈의 흐름에 대해 검찰이 추적 중이다.
국정원 상납금을 안 전 비서관 등이 아파트 매입 등 개인적으로 썼는지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 전 비서관과 함께 국정원 상납금을 받은 또 다른 당사자인 이재만 전 비서관도 전날 체포했으며, 이날 오후나 2일 오전 사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수사 '루트'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여러 경로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있다. 이 루트를 찾기 위해 검찰이 안봉근 전 비서관의 개인 용도부터 훑어가는 전략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전 비서관의 개인 유용 비리 위주로 수사를 먼저 진행할 경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금의 흐름을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안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여성용 개인 핸드백을 맡기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안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자금'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지난해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의 초안 성격인 '시중여론'을 보도한 바 있다. 이것을 보면 안 전 비서관의 파워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다. 다음은 그 문건에서 안봉근 전 비서관의 발언을 대화 형식으로 꾸며본 것이다.
[기자 : 오늘 과음하셨나 봐요~]
[안봉근 전 비서관 : 그렇지…지금 좀 취하네요.]
[기자 : 그…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그렇게 VIP와…]
[안봉근 전 비서관 : 내가 더 VIP와 가깝다고 봐야지!]
[기자 : 네?]
[안봉근 전 비서관 : 대장은 나를 신뢰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맡기거든…여자 개인 물품까지 들어 있는 핸드백도 나에게 맡기기 때문에 내가 대장을 제일 잘 알고 있지.]
[기자 : 그래요?]
[안봉근 전 비서관 : 그리고 지금 청와대 들어오려면 나를 거치지 않으면 안돼.]
[기자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안봉근 전 비서관 : 민정(수석실)에서 조응천(전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증한다고 해도 대장께 최종 확인은 내가 받고 각 수석들도 자기들이 올린 사람에 대해서 내게 '일찍 해달라', '어떻게 돼가느냐'고 물어보면서 내 앞에서 눈치만 보고 슬슬 긴다니까.]
[기자 : 와…]
[안봉근 전 비서관 : 김기춘이도 나를 거치지 않으면 대장에게 보고서를 낼 수가 없어.]
[기자 : 자꾸 그러면 문제 생기지 않아요?]
[안봉근 전 비서관 : 내가 대장에게 한 마디만 하면 수석 하나 둘쯤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닌데 뭐. 말이 비서관이지 실장보다 내가 더 결정권이 있다고 보면 돼.]
[기자 : ……]
[안봉근 전 비서관 : 근데…○○○이는 내가 대장에게 소개해 줘서 뺏지 달아줬는데 최근 그 X끼가 하는 꼬락서니 보면 참 우스워서…]
[기자 : 국회의원한테 그렇게 말해도 돼요?]
[안봉근 전 비서관 : 국회의원 그거 별거 아니야…내가 마음만 먹으면 3, 4명쯤은 대장에게 이야기 할 수 있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는 것도 문제없지.]
[기자 : 쩝…오늘 과음하셨나 봐요~]
성기노 피처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