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면접 본 홍준표 “‘서울 아니면 불출마’ 강요받아…황당한 하루”...김형오에 컷오프 당할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대표가 단독으로 공천 면접을 봤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장에서 면접 심사를 받았다. 예정 시간 5분보다 훨씬 긴 약 20분 동안 진행됐다.
홍 전 대표는 면접을 마치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관위원 1∼2명이 서울 강북지역 출마를 거듭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번 고향에서 공천배제를 당하고 이번이 두 번째 당 요구대로 험지 출마를 했다”면서 “그러자 바로 김형오 위원장께서 고향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뒷처리를 깔끔히 하라고 해서 그 말씀대로 실행도 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그런데 오늘 느닷없이 공관위원인 최모 교수(최대석 이화여대 대외부총장)를 시켜 또다시 서울 강북 출마를 요구하면서 ‘강북 출마냐, 불출마냐 선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나는 두번 컷오프 당하면 정계은퇴냐 아니면 무소속 출마냐 선택밖에 없다고 했다”면서 “황 대표와의 만남도 취소 당하고 이미 끝난 강북출마를 또다시 강요 당하고 참 황당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나는 황 대표처럼 전략공천을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양산 예비후보들과 국민경선이라도 결정해주면 평당원의 입장에서 흔쾌히 받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서울 출마 요청에 ‘서울 못지않은 험지’라며 경남 양산을 출마 의사를 타협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홍 전 대표는 이날 면접을 마치고 황 대표의 종로 선거사무실을 찾아가 만날 계획이었지만 황 대표 측이 아직 공천이 진행 중이라며 취소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날 홍준표 전 대표는 평소와는 달리 다소 기가 죽어 있었다. 공관위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이고 비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홍 전 대표도 '최모 교수를 시켜서 강북 출마를 요구했다'고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할 만큼 거센 공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천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라 조심스럽게 처신해야 하지만 면접 뒤 곧바로 올린 글에서 '이미 끝난 강북 출마를 또 다시 강요 당하고 참 황당한 하루였다'라고 정면으로 치받았다. 이는 면접장에서 공손하게 절을 90도로 하긴 했지만, 홍 전 대표는 공관위의 냉랭한 분위기를 접하고 컷오프를 직감해 '황당한 하루였다'며 자신의 보호막을 친 것일 수 있다.
무엇보다 황교안 대표가 자신의 잠재적인 경쟁자이자 가장 큰 적인 그를 총선에서 살려 귀환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다. 황 대표의 측근들이 홍 전 대표의 공천을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황 대표가 면접심사 뒤 자신과의 면담을 전격 취소시킨 것도 공천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공개된 일정을 갑자기 취소해 홍 전 대표의 모양새가 우습게 된 것도 공천에 대한 당 안팎의 부정적 기류를 대변해준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최근 홍 전 대표의 양산을 결정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려 우호적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황 대표측과 일부 소신 있는 공관위원들이 홍 전 대표의 공천에 강력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나오면서 김 위원장의 스탠스도 애매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홍 전 대표를 같은 친이계열 인연으로 우호적으로 보고 있고, 차기 대권후보군에 홍 전 대표를 살려놔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당내에 대권주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있는 자산'을 일부러 폐기할 필요는 없다는 연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최근 각계로부터 홍 전 대표의 공천에 대해 여러가지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대부분 불출마가 정답이지만 굳이 한다면 수도권 서울의 험지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명분은 전직 대선후보로서 전국의 상징성있는 서울 험지에 출마해 수도권에 정권심판론을 책임있게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산을은 홍 전 대표가 낸 잔꾀에 불과하다. 민심은 김형오 위원장에게 있다.
특히 이번 총선 공천의 최대상징은 바로 홍준표 전 대표다. 대선패배책임론도 피하며 여기까지 온 것도 잘못이긴 하지만, 김 위원장이 홍 전 대표의 잔꾀에 넘어가선 안된다는 충고도 많았다고 한다. 홍 전 대표는 창녕 출마에서 양산을로 출마지를 바꾼 것이 마치 크게 양보를 한 것 같이 행동했다. 사실은 험지를 피하기 위한 홍 전 대표의 잔꾀에 불과하다.
이번 공천은 이미 정계은퇴를 해 행보에 거리낄 게 없는 김형오 위원장이 그 명분을 쥐고 있다. 원칙과 소신대로 과감하게 처리하면 미래통합당의 전체 선거판이 긴장감속에서 결속력도 생겨난다. 홍 전 대표의 억지와 위력에 끌려가며 공천장을 주게 되는 순간, 미래통합당의 전체 선거판의 체계가 무너지게 된다. 당 대표를 지낸 인사에게 현 지도부가 굴복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경우, 전체 후보들에 대한 장악력도 떨어진다. 지도부의 령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통합당의 이번 총선 공천의 꽃은 홍준표다. 김형오 위원장이 구태정치의 상징인 홍준표를 쳐내고 명망 있는 신진인사들을 대거 기용한다면 그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홍 전 대표의 이기적이고 권력지상주의의 벼랑끝 전술에 끌려간다면 김 위원장의 공천 평가도 그 '악수' 하나 만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은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다. '술탄과 황제'라는 역사책도 펴낸 바 있다. 김 위원장이 평소 강조하는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을 이번에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실천할 때다.
홍준표 전 대표는 단독면접을 마친 뒤 기분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 컷오프를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역대 최약체 평가를 받는 현재의 미래통합당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선배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신이 큰 은혜를 진 당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아름답게 '연출'해주기를 기대해본다. 홍준표 전 대표에게는 이제 단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영원히 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