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 "한국당 구닥다리들 싹 쓸어내야…눈 가리고 칼 든다" 공천 칼바람 예고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1. 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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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전 잠시 자리에 앉아 있다. 굳은 그의 표정에서 공천관리에 대한 결기와 투지가 엿보인다.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하겠다."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를 언급하며 "유스티치아는 한 손에 칼을 들고 눈은 가리고 있다"며 "왜 눈을 가리는지 아느냐. 눈에 밟히는 사람은 놓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 공식 일정서부터 21대 총선 공천 칼바람이 예고됐다.
 
김 위원장은 큰 틀에서의 세 가지 공천 기준을 밝혔다. 그는 "첫째 경제를 살리는 국회의원, 둘째 자유와 안보를 지키는 국회의원. 셋째 국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을 공천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 신인을 적극 발굴하고 청년과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장치로 그는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를 예로 들며 "시간도 없고 인재도 많지 않아 그런 시도도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새로운 모습과 혁신을 보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미국에서 유래한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는 후보를 선발할 때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이 참여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투명성은 높지만, 통상 인지도 높은 현역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한국형'이란 단서를 단 것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일부 변형시켜, 신인과 외부 인사를 배려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고 간섭받지 않을 것"이라며 "공관위원장으로서 직을 걸고 하겠다. 공관위원들의 소신엔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황교안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첫 회동을 하며 서민의 삶을 담은 그림을 선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황교안 대표가 자신에게 공천의 전권을 주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과 함께 당 자체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공천 때마다 물은 전혀 갈지 않고 물고기만 갈았다"며 "오염된 물에 새로운 고기를 넣어봐야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공천 관리를 맡고 있으니 새로운 물고기를 영입하는 작업에 주력하겠다. 판을 가는 것은 정치가 개혁되고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 통합'에 대해선 "양쪽 날개로 날아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갈 수 있다"며 "설(구정) 전에 흔쾌히 타결되면 더는 바랄 것 없고, 원칙이라도 합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공관위원장 거취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엔 "감투가 아닌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죽기를 원하지 않고 살기로 원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달라"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김 위원장은 황 대표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시장 상인이 아이들에게 포도를 건네는 모습이 그려진 작품이다. 그는 "제 연구실에서 걸어놨던 그림이다. 당이 정말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국민과 함께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이 그림을 출발점으로 국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정당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김형오 위원장의 발언은 처음부터 강도가 상당히 높았다. 그는 지난 16일에도 "한국당을 바꾸기는 확 바꿀 것"이라며 "선거가 코앞인데 새로운 인물이 과연 한국당에 들어오겠느냐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고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야 '구닥다리'들을 싹 쓸어낼 수 있다"고 했다. 대규모 현역 물갈이를 예고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간 중진, 초·재선 할 것 없이 한국당 현역 의원들을 겨냥한 쓴소리를 해왔다. 작년 8월 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서 "다선 중진 의원들은 정부·여당의 독선·독주에 몸을 던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라며 "초·재선 의원도 어떻게 개혁 모임 하나 없고 당 진로에 쓴소리 한마디 없느냐"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 논란을 두고도 "이 모양 이 꼴로 된 것은 똑같은 책임"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면서 당이 확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형오 위원장의 공천 칼바람이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김 위원장은 18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고, 18대 국회가 끝나고는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며 사실상 정계를 은퇴했었다. 그는 공관위원장으로 당에 복귀한 이유에 대해 "한국당 상황을 보고 고민이 많았고, 여전히 고민"이라며 "모든 걸 내가 희생하고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섰다"고 했다. "정치인으로 가는 게 아니다"라며 "정치하려고 가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정치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천 외 어떤 정치행보도 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 어떤 정치적 야욕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공천에 대해 쉽게 이의를 제기할 상황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김종인 의원보다 김 위원장이 훨씬 당 내부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경천동지할 개혁공천을 하겠지만 합리적이고 공감대를 얻는 공천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황교안 대표도 김 위원장의 사심없음을 눈여겨 보고 공천관리위원장에 낙점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공천 칼잡이'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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