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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팀추월 김보름, 뒤쳐진 노선영 책임전가 인터뷰에 비난 봇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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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팀추월 김보름, 뒤쳐진 노선영 책임전가 인터뷰에 비난 봇물

성기노피처링대표 2018. 2. 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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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패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요시한다. 승자에게 축하를 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패배한 선수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줘 패배의 아픔을 덜게 해주는 것도 진정한 스포츠 정신의 한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뒤쳐진 같은 팀 선수를 비난하는 듯한 인터뷰를 한 김보름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무수히 달렸기 때문이다. 평소같으면 악플러들을 비난했겠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김보름은 19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준준결승에서 박지우 노선영과 함께 출전했으나 전체 7위의 기록으로 준결승행에 실패했다. 경기 마지막 장면부터 논란이 일었다.


노선영이 마지막 코너를 도는 동안 체력 문제로 처지는 사이 김보름 박지우가 치고 나가면서 간격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최종주자의 기록이 기준이 되는 팀추월 종목 특성상 세 명의 선수가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경기 직후 인터뷰 상황에서 노선영이 그대로 라커룸으로 들어갔고 김보름 박지우만 응한 장면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노선영 선수는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쇼트트랙 선수 노진규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김보름(앞줄 왼쪽부터), 박지우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록을 살피고 있다. 그 뒤로 노선영이 결승선을 향해 힘겹게 들어오고 있다. 다른 나라 팀들과 달리 우리는 꼴찌와 선두의 격차가 너무도 크게 벌어져 논란이 됐다.




인터뷰에 나선 김보름은 "저희가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팀추월 연습을 조금 많이 해왔어요. 그러고 출전했는데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네.. 좀.. 뒤에 좀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온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막판에 처진 노선영을 지목하는 듯한 뉘앙스였고 표정도 미묘했다.


이어 "14초가다가 16초 골인했다고 하는데 그런데 선두는 계속 14초대였어요. 팀추월 결과는 아쉽긴 한데 컨디션은 좋아진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김보름은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팀추월은 선두가 아닌 마지막 선수의 기록을 찍기 때문에 안 좋은 기록이 나왔다"며 "3명 모두 뭉쳐서 들어왔으면 준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난 경기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사실 아쉽긴 아쉽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보름은 이날 대표팀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친 원인에 대해 "제가 50%를 리드하고 박지우 선수도 초반에 스타트해서 스피드를 끌어주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며 "중간에 있는(노)선영 언니는 비중을 최대한 적게 하는 전략을 짰는데 그 부분에서 의사소통이 안 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날 총 6바퀴를 도는 경기에서 마지막 한 바퀴 정도를 남기고 노선영(콜핑팀) 혼자 크게 뒤처지면서 안 좋은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경기 직후 온라인 상에서는 김보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단체종목임에도 개인의 성과만을 강조하는 듯한 인터뷰 내용에 대한 격앙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급기야 김보름의 SNS 계정에 악성댓글이 줄지어 달리기 시작했다. 접속장애까지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김보름은 자신의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팀추월 경기는 말 그대로 팀경기다. 실력이 월등한 선수가 아무리 빨리 들어온다고 해도 3번째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우수한 개인의 힘을 나머지 주자에게 나눠주는 게 팀 플레이다.


▲ 노선영 선수.



올림픽같은 큰 경기에서 이렇게 3명의 격차가 크게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독일 일본 등의 팀추월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듯 3명이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평소 약속된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에 있는 선수들은 바람 저항이 심한 앞 선수를 밀어주며 속도를 끌어올리는 아름다운 장면을 계속 연출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달랐다. 이날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내버려둔 채 일찍 들어온 것은 나머지 한 명에게 그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두 선수가 일찍 들어와도 의미가 없다면, 뒤쳐진 선수의 등을 밀어서라도 같이 들어와야 했던 것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앞서 들어온 두 선수가 꼴찌로 들어온 노선영 선수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은 일찍 들어와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책임회피와 전가를 했다는 것이다. 팀경기의 기본을 무시했던, 올림픽 최악의 인터뷰로 기록될 것이다. 이렇게 여론이 김보름 선수 인터뷰에 분노하는 것은, 팀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지극히 이기적이고 약한 선수를 그 패배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한편 팀추월 선수들간의 분열에 대한 지난 1월 노선영 선수의 인터뷰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당시 스포츠조선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빙속 대표팀 내 분열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정교 출신 선수'만 별도의 훈련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소외된 선수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나머지 선수들은 제대로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없어지면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여자 빙속 노선영은 당시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월드컵 4차 시기 이후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추월 남녀 대표팀은 단 한 차례도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부회장은 한체대 교수, 이승훈 김보름은 한체대 출신이다.


'한체대 출신 별도훈련'의 이면에는 철저한 성적 지상주의가 있다. 금메달이 될 종목, 될 선수에게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승훈과 김보름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관왕'에 도전하는 선수들. 이들은 팀추월 뿐만 아니라 신설되는 매스스타트 종목의 유력 금메달 후보들이다.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과 빙속을 섞은 종목으로 꼽힌다. 총 3명의 선수가 레인 구분 없이 동시에 출발해 16바퀴를 돈다. 4·8·12바퀴째를 돌 때마다 1~3위에게 각각 5, 3, 1점이 부여되고 마지막 바퀴 1~3위에게 60, 40, 20점이 차등 부여된다. 이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빙속에서의 장거리 지구력 뿐만 아니라 짧은 구간을 돌면서 쉴새없이 자리싸움을 하는 쇼트트랙에서의 개인기가 모두 필요한 종목이다. 두 가지 장점에 특화된 국내 선수들의 메달 싹쓸이가 기대되고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노선영은 "한체대에는 쇼트트랙 경기장이 있다. 전명규 부회장이 한체대 교수 신분으로 선수들을 직접 관리 해왔다"며 "대표팀 내에서는 '누구는 밖에서 자유롭게 훈련하고 누구는 태릉에서 (관계자) 지시대로 생활해야 하는' 부분에 선수들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3명이 함께 뛰어야 하는 팀추월 종목 특성상 호흡을 맞추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한체대로 3명이 빠져 나간 뒤) 남자 대표팀엔 1명, 여자 대표팀엔 2명만 남았으니 훈련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며 "태릉에 남은 선수들은 여지껏 단거리 훈련만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원수가 안 맞다보니 남녀 선수가 따로 뛰거나 혼성으로 훈련하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팀추월) 훈련을 하지 못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 과정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사분오열 됐다. 노선영은 "촌 외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태릉에서 숙식만 해결했다. 솔직히 숙식을 해결하는지도 모르겠다"며 "빙상연맹이 메달을 딸 선수들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한 차별 속에 훈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만 그런게 아니다. 작년, 재작년에도 계속 이랬다. 그런데 모두가 쉬쉬하고 있다. (매스스타트를 잘하기 위해선) 쇼트를 잘타야 한다는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선수들간 불신의 늪을 안고 동계올림픽은 시작됐고, 팀추월 경기도 그 영향을 크게 받았다. 김보름 선수의 노선영 책임전가 인터뷰는 이미 예견된 참사였다. 빙상연맹의 개혁이 시급해보인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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